[차장칼럼] 한중 정상의 밥상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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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두고 '홀대(忽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철회가 사실상 공식화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등 나름의 성과를 낳았다. 그러나 중국의 문 대통령에 대한 홀대론에 묻히면서 나름의 성과도 희석되는 모양새다.

방중 성과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홀대 논란에 대한 한 전문가의 답변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마중 나온 사람이 차관보급인지, 차관급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의 팔을 툭툭 쳐서 결례를 했다는 지적도 친근감을 표시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리 세 끼로 이어진 '대통령의 혼밥'이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것이 요지다. 베트남에 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서민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찾아가 이른바 '분짜 외교'로 화제를 모았다.

문 대통령 역시 한끼 정도는 중국 서민들과 어울려 식사를 할만 하다. 그런데 내리 세 끼를 혼밥으로 소화하는 일정이 자칫 손님 대접을 못 받고 무시당한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고 보았다.


흔히 동고동락한 사이를 두고 '한솥밥을 먹은 사이'라고 표현한다.우리 못지않게 중국도 식사자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바둑의 대국(對局, 뚜이쥐)에 비유해 '판쥐(飯局)'라는 말도 있다. 식사 자리도 바둑의 대국처럼 지략을 펼쳐 승부를 가르는 곳임을 빗댄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판쥐는 춘추전국시대 패권을 두고 겨룬 한나라 유방과 초나라 항우의 '홍문연(鴻門宴)'이다. 항우는 책사 범증의 조언에 따라 유방을 연회에 불러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유방은 이 자리에서 비굴할 정도로 자신을 낮춰 사지를 벗어난다. 이후 범증은 항우의 오판을 비웃으며 떠났고 결국 최후의 승리는 유방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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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쥐를 통해 서로의 속내를 염탐하고 개인의 목숨 또는 국가의 운명을 건 담판을 벌인 사례는 많다. 이번 국빈 방문 기간 중의 판쥐도 양국이 각자 의도한 바에 따라 펼쳐진 외교 활동으로 봐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중 전부터 중국의 홀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그래도 사드 사태로 경색된 양국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실리외교가 필요했을 것이다.


홍문연의 판쥐는 항우와 유방을 각각 패자와 승자로 가르는 자리로 역사에 기록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을 낳은 이번 중국 국빈 방문은 평화와 상생을 위해 힘찬 첫발을 내딛은 자리로 평가 받기를 기대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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