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선 노태우 '주택 200만호 공약'..취임 후 정식발표해 4년만 달성
서민주거안정 겨냥 주거복지로드맵, 공공분양 15만호 추가해 100만 수치 내세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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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1987년 대선 당시 민주정의당 건설전문위원으로 파견가있던 김보근 전 건설부 주택국장은 '주택 200만호' 공약을 반대했다. 당시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등 전국적으로 주거난이 심화되고 있었는데, 노태우 당시 후보는 주택공급이 절실한 과제라고 판단해 200만호라는 무리한 공약을 가다듬고 있었다.

김 전문위원은 당시 주택공급ㆍ시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 150만호가 달성 가능한 최대치라고 봤다. 이 같은 의견을 전했지만 당무위원회에서는 "100만, 200만처럼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150만이 뭐냐"면서 200만으로 강행했다.


당시 전국에 있는 주택수가 700만호가 채 안됐다. 200만호는 서울 전체 주택수와 맞먹는 어마어마한 규모였다. 노태우 후보 역시 원래 선거공약은 그런 것이라며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취임 후 주택문제에 상당한 공을 들였고 200만호 공약은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1991년 8월 214만호 건설로 목표치를 초과해 '달성'됐다.

200만호라는 무리한 공약이 남긴 과도 적지 않지만 1990년대 들어 주택시장 전반이 안정세를 찾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 점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무엇보다 주택ㆍ부동산을 둘러싼 시장의 경우 시장 참여자 혹은 정책 수혜자 사이에 형성된 심리가 끼치는 영향이 상당한 점을 감안하면, 200만이라는 수치는 당시 과열된 시장을 가라앉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정부가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최근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은 앞서 그간의 부동산 정책과 달리 구체적인 '공급확대' 계획이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무주택ㆍ서민 실수요자를 위해 10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가운데 임대주택 85만호의 경우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설정한 국정과제를 통해 이미 확정된 내용이다. 공공임대주택이 연 평균 13만호씩 5년간 65만호, 기금 등 공적지원을 받는 임대주택이 5년간 20만호 등이다.


주거복지로드맵 당정협의

주거복지로드맵 당정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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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로드맵에서 새로 추가된 15만호의 경우 앞서 언급한 임대주택과 달리 분양주택이다. 연 평균 3만호 가량으로 앞서 지난 5년간 분양된 공공주택이 매해 1만7000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가량 늘었다. 민간 건설사 등이 분양할 수 있도록 공공택지 공급을 늘리겠다는 내용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100만'이라는 숫자가 갖는 상징성때문인지 주거복지로드맵 발표 후 예비 수요자나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대책을 둘러싼 관심이 부쩍 늘었다. 정부가 주택수요가 많은 수도권지역을 겨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특정지역에 대규모 임대주택이 들어선다거나 어디 부근의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될 것이란 얘기도 번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는 세력들 사이에선 임대주택 공급확대로 인한 가격변동 폭이 큰 관심사가 됐다. 15만이란 수치가 더해지면서 시장이 받는 심리적 영향 역시 배가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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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안팎에선 이미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는 기류가 불거졌다.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등 국민생활 전반에 끼친 악영향이 적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장을 정상화한다는 기조 아래 지난 박근혜정부 초기부터 추진돼 온 각종 규제완화ㆍ부양책이 국민의 주거난을 덜어주었는지에 대해선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11ㆍ3대책 이후 꾸준히 관리 중심의 정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배경이다. 올 여름에 나온 8ㆍ2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은 이 같은 기조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간 지난 정권 대부분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노태우정부 때 나온 영구임대주택이나 김대중정부 때의 국민임대주택을 비롯해 시장의 작동방식을 중시한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역시 보금자리, 행복주택 같은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주거문제가 정권의 안위와 직결된다는 점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일 테다. '주거복지로드맵'이란 수사(修辭) 역시 앞서 노무현정부 때의 것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100만호라는 레토릭이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지켜볼 일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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