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당의 '시크릿파일 반역의 국정원' 불법 활동 흑역사·실패한 개혁서 배운다

[Encounter]적폐낙인 국정원, 존폐 해법도 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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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문재인 정부의 국가정보원 적폐 수사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 6월 국정원개혁발전위를 설치한 뒤 연일 놀라운 뉴스를 쏟아낸다. 국정원 간부의 청와대 비선보고를 비롯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및 공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여, 보수단체 지원,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선거 관련 댓글 게재, 화교간첩 수사 증거 조작, 사법부 사찰 등이다. 칼날은 형사재판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한다. 민간인 동원 여론조작 등의 진상이 밝혀진 가운데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방송장악 문건,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 DJ 노벨평화상 취소청원 의혹 등도 조만간 실체를 드러낼 전망이다. 이 문제가 마무리되면 검찰 수사는 다시 박근혜 정부 국정원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동원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게 핵심인데, 여기서도 국정원은 빠지지 않는다. 전경련과 별도로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단체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보낸 사실도 특검 수사로 확인된 바 있어, 이에 대한 진상규명 역시 불가피하다.


정부의 국정원 개혁은 이전에도 있었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개혁 과제로 거론돼 진실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반복된 시도는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무현 정권의 경우 원장과 기조실장에 개혁 성향의 외부 인사를 임명했으나, 근본적인 인적 청산은 이뤄지지 않았다. 제도개혁도 부서를 쪼개고 붙이는 데 머물렀다. 국정원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국정원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은 듯하다. 선의는 철저히 배신당했다. 이명박 정권 들어 간첩조작을 다시 시작했으며, 각종 불법 활동으로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 무능과 무책임의 아이콘으로 전락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드는데 이르렀다. 박근혜 정권 초기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며 정치의 중심에 등장하기도 했다. 국정원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지속성이 보장되는 국정원의 개혁은 불가능할까. 불법행위와 정치공작의 개별 사건들을 수사해 잘못을 바로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그런데 국정원은 본질이나 본바탕을 파악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비밀로 보호를 받아 늘 베일에 싸여 있다. 검찰조차 국정원 직원을 피의자로 특정하기 어려워할 정도다. 견제할 만한 조직도 마땅히 없다. 국정원 예산은 흔히 '눈먼 돈'이라고 불린다. 기획재정부는 물론 정부 세입세출결산의 회계검수권을 가진 감사원도 칼을 뽑기 어렵다. 최후의 보루는 그나마 통제와 감독이 가능한 국회. 예산결산특위와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의 예산을 심의ㆍ통제한다. 하지만 정보위는 국정원 기조실장이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빼돌려 정치권의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직원들의 '퇴직금 잔치'를 벌였을 때도 검찰이 수사하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예산결산특위 또한 허수아비에 가깝다. 국정원 예산은 2급 비밀이다. 심의가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장 안에서만 가능하고, 대외비가 붙은 관련 자료를 보좌관의 도움 없이 국회의원 혼자 분석해야 한다. 회의가 끝나면 자료를 몽땅 수거하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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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정치인들은 지금 국정원을 개혁하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적폐청산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기 때문일 게다. 대통령 후보 때부터 정책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을 통해 "정치 댓글, 정치사찰의 국정원을 국민의 '해외안보정권'으로 개편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내정보 수집업무 전면 폐지, 수사기능 폐지, 경찰청 안보수사국(신설)으로의 대공수사권 이관 등을 약속했다. 국내정보 수집과 대공수사 기능 등에서 큰 폭의 변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정보수집이 본업인 국정원 정보요원들은 서훈 원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도 국내정보 담당관 제도의 완전하고 즉각적인 폐지가 이뤄질지 예측하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역대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에 내건 유사한 공약들이 취임한 뒤에 대부분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서훈 원장은 취임사에서 '무관용의 원칙'을 강조한 데 이어 지난 8월 인사에서 실국장급 1급 부서장을 전원 교체했다. 국내정보 분석ㆍ수집을 담당해온 7ㆍ8국과 일부 시도 지부장 자리를 포함한 부서 여섯 곳도 없앴다. 이어 설치한 국정원개혁발전위와 국정원적폐청산TF에서는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저지른 불법행위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직 전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김당 기자의 '시크릿파일 반역의 국정원'은 국정원의 폐지를 주장하는 책이 아니다. 조직과 예산의 구성 원리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다양한 불법공작 사례를 소개해 개혁이 지속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중앙정보부부터 국정원까지의 역사와 주요 활동은 물론 국정원 간부들의 회고와 대외비를 963쪽에 걸쳐 전하며 근본적인 원인에 다가간다. 저자는 에필로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국정원이 정권 안보와 정치 개입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뒷걸음친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라도 국정원 개혁이 시급하다"고 썼다. "국정원은 총구를 국민에게 겨누는 순간 반역 집단으로 전락하고, 국정원 요원들은 반역자가 된다. 불행히도 우리는 지금 그 참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개혁을 주동하는 외부의 힘은 시민의 조직된 목소리, 내부의 힘은 깨어있는 국정원 요원들의 자정 의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특정 정파가 아닌 민주주의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의 '익명의 열정'이 국가로부터 보호받고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불법 활동과 악역의 총구부터 나라 밖으로 겨눠져야 한다. 저자는 그 안전장치를 따로 거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소개하는 불법 활동의 흑역사와 실패한 개혁의 역사를 면밀히 살핀다면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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