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스스로 제조해 먹자"…위험한 '바이오해커' 운동
"비싼 약값에 정작 필요한 사람이 못 먹어"
가격 20분의1로 낮춘 DIY 조제법 유튜브 인기
의학·법조계 "위험한 발상…도덕적 책임도 있어"
자신에게 필요한 약을 누구나 스스로 조제해 먹는 방법을 가르치는 '바이오 해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바이오 해커들은 "비싼 약값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된다"는 대의를 내세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셀프조제의 위험성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제약회사가 약값 폭리…필요한 사람이 비싸서 약을 못먹는다"
25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는 주간기술동향 보고서에서 "개인이나 소규모 조직이 전통적인 의학 연구 및 교육기관을 통하지 않고 생물학 및 생명과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바이오 해커(Bio Hacker)' 운동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 해커 운동의 선두주자는 약 조제 정보를 직접 배포하고 있는 마이클 로퍼다. 그는 과민성 쇼크를 완화하기 위한 자기 주사기 '에피 펜슬(EPI Pencil)'을 환자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는 방법을 배포한 인물이다. 그는 정식제품 대비 20분의 1에 불과한 30달러(약 3만2000원)로 에피 펜슬과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냈다.
로퍼가 유튜브에 공개한 '에피 펜슬 직접 만들기' 동영상은 현재 3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로퍼는 "제약회사들은 약값을 과도하게 비싸게 책정하고 있다. 때문에 정작 약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 약을 구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로퍼는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에 환자가 접근할 수 없게 하는 행위는 살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살인을 막기 위해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지 봉사활동에서 간단한 약조차 없어 발 동동…DIY 조제 필요성 느껴
그가 '바이오 해커' 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몇 년 전 자원봉사를 위한 남미 엘살바도르 방문이었다.
오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약품을 도난 당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현지 약품공급업체들은 약을 수급해오질 못했다. 로퍼는 "간호사나 환자가 간이 실험실에서 스스로 약을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로퍼는 현재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만든 C형 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어'를 DIY로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소포스부비어로 C형 간염을 완치시키는데 8만4000달러(약 9100만원)이 필요한 반면, 로퍼의 DIY를 따르면 800달러(약 87만원)에 가능해진다.
로퍼의 DIY 약품이 실제 가치가 있는지 데해서는 논란이 있다. 또 소포스부비어의 제조는 제약사들도 애를 먹을만큼 매우 까다롭다. 아주 조금의 양만 달라져도 오염이나 과다 복용 등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로퍼 본인은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잘 팔리느냐 여부가 아니라, 희망을 잃은 환자에게 힘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법조계 "매우 위험한 발상…도덕적 책임도 피할 수 없어"
바이오 해커 운동이 확산은 그보다 훨씬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바이오 해커 운동이 "사람이 돈 때문에 약을 먹지 못하는 상황을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자칫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
제약·의학 전문가들은 "DIY로 약을 만드는 행위는 매우 위험한 일"이라면서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로퍼는 '제품'이 아닌, '정보'를 발신하고 있을 뿐이라면서, 미국식품의약국(FDA)도 바이오해커 운동을 단속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람이 치료 방법에 접근하지 못해 죽어가는 것에 더 윤리적인 책임을 느끼며,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약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이를 세상에 전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일에 공모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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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전문가들은 "DIY 조제는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서 "로퍼를 따라한 누군가가 실수로 사망한 경우, 법적으로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도덕적인 책임은 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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