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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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의 아내 헤라가 아들을 낳았다. 헤라는 쌀쌀맞기도 하지. 아기가 작고 못생긴데다 시끄럽게 운다며 올림포스 꼭대기에서 아래로 던져버렸다. 제우스가 헤라와 다투다 아이가 엄마 편을 들자 화가 나서 던져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기는 하루 종일 추락하여 바다에 떨어졌다. 이 일로 해서 성장한 뒤에도 다리를 절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에우리노메가 그를 거두어 길렀다.


 다 자란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신이 된다. 신들의 궁전, 장신구, 무기와 갑옷을 도맡아 제작했다. 제우스의 번개, 포세이돈의 삼지창, 아테나의 방패 아이기스, 아폴론의 활과 아르테미스의 화살 등이 모두 그의 제품이다. 아기일 때 구해준 테티스가 펠레우스와 결혼해 아들 아킬레우스를 낳자 그가 입을 갑옷도 만들어 주었다.

 헤파이스토스는 '영혼'이 없는 예술가였을지도 모른다. 제우스가 시키는 대로 못된 물건도 많이 만들었다. 제우스는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와 인간을 벌주려 최초의 여성 판도라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그 일을 헤파이스토스에게 맡겼다. 프로메테우스를 카우카소스 산에 묶어 독수리로 하여금 간을 쪼아 먹게 할 때, 그를 묶은 사슬도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 헤파이스토스가 이때 생각을 잘했다면 인간 세상이 지금보다는 많이 편했으리라.


재벌 2세라도 꼭 미남미녀라는 법은 없고, 제아무리 신이라도 잘나고 예쁠 수만은 없거늘 헤파이스토스는 도대체 얼마나 못생겼기에 평생(신은 죽지 않으니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지만) 수모를 당해야 했을까. 신들 중에 최고로 예쁜 아프로디테와 결혼하는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지만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아프로디테는 결국 얼굴값을 하는데, 전쟁의 신 아레스와 바람을 핀다. 헤파이스토스는 보이지 않는 그물을 만들어 간통 현장에서 아내와 아레스를 포박한 다음 올림포스의 구경거리로 만들어 응징했다.

 다리를 저는 신, 즉 '장애신'은 인간적인 신을 상상한 그리스 문화의 특징을 보여준다. 헤파이스토스의 장애는 자연스럽게 신화의 맥락에 녹아들어 조금도 특별하게 보이지 않는다. '무슨 신이 다리를 절어?'와 같은 생각은 신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의문이다. 한국인에게 신은 전지전능하여 인간의 터럭 한 올까지 헤아린다. 부처는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걸어 다니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쳤다.


 기독교에서도 저주와 죄의 상징이던 질병과 장애는 예수를 통해 극적으로 신분세탁을 한다. 예수가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니 제자들이 묻는다. "저 사람이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자기 죄입니까? 그 부모의 죄입니까?" 예수가 말하되 누구의 죄도 아니며 "다만 저 사람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장애는 신이 특별히 선택한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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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가 개성으로, 나아가 특별한 재능으로 가치를 전환하는 데서 휴머니즘이 싹튼다. 이제 장애는 배려의 대상일 뿐 동정 받지 않는다. 장애를 혐오하거나 동정하는 사회는 몰지성하며, 선진국을 만들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을 더듬고 있다. 두 가지 현상에서 그러함을 본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의 무릎까지 꿇게 만든 한 지자체의 지난한 특수학교 건립 과정, 그리고 석 달 앞으로 다가온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대한 무관심.


 평창에서 열리는 올림픽의 정식 명칭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대회'다. 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에 개막한다. 패럴림픽은 2018년 3월 18일에 막을 내린다. 두 대회를 잇달아 여는 것이 아니다. 패럴림픽의 불꽃이 꺼져야 비로소 평창에서 열리는 눈과 얼음의 잔치는 막을 내린다. 그런데 지난달 말 패럴림픽 입장권이 얼마나 팔렸나 살피니 실로 참담하다. 22만장 중 겨우 9199장이 팔려 판매율이 4%에 머물렀다.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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