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일본 도쿄에서 백수생활을 하던 '쇼' 앞에 어느 날 고향에 사는 아버지가 찾아온다. 그리고는 행방불명됐던 고모 '마츠코'가 사체로 발견됐으니 유품을 정리하라고 한다. 허물어져가는 낡은 아파트에 칩거하던 고모는 이웃들에게 혐오스러운 마츠코라 불렸다. 쇼는 그녀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그녀의 일생 속으로 들어간다. 31년 전 착하고 바른 성격의 중학교 교사였던 마츠코. 하지만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당하는 폐인으로 삶을 마감했다. 사랑을 갈구할수록 사랑에서 멀어진 기구한 삶. 혐오스럽기만 한 그녀의 인생이 뮤지컬 무대에서 재탄생했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2017년 국내 초연하는 창작뮤지컬이다. 일본 작가 야마다 무네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사랑받기를 꿈꿨던 여인 마츠코의 파란만장한 삶을 흡인력 강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호평받았다. 국내에는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동명 영화(2007년 개봉)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교사였던 마츠코가 폭력남과의 동거, 유부남과의 불륜을 거쳐 윤락녀, 살인자로 전락하는 과정을 감각적이고 독특한 영상미로 그려내 큰 인기를 모았다.

마츠코가 남긴 삶의 궤적은 뮤지컬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산뜻한 색감과 유머를 덧입힌 영화와 달리 소설의 오마주에 가깝다. 회색빛 원형 배경과 박스 형태의 중앙무대는 어둡고 진지하며 섬세하다. 마츠코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생생하게 전해지며 그녀의 일상을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느낌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마츠코의 시련 앞에 마음이 불편해진다면 우리 사회에서 이미 숱하게 목격해 온 폭력의 데자뷔(기시감) 때문일 것이다. 다만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을 조명과 음향, 영상 등으로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 군무 장면을 배치해 극의 생동감을 잃지 않았다.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원본보기 아이콘

모든 파국은 아버지로부터 시작된다. 어린 시절 마츠코는 동생만 아끼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엉뚱한 행동으로 관심을 끌곤 한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으로도 아버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채 학교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집을 뛰쳐나간다. 이후 그녀는 점점 더 나락으로 빠져든다. 폭력을 일삼던 동거남은 자살을 해 버리고 곧이어 만난 유부남은 그녀를 성적 노리개로 이용한다. 매춘에 뛰어든 뒤에는 살인까지 저지르게 돼 감옥살이를 한다. 그런데도 그녀는 또다시 사랑이라는 희망에 자신을 내어준다. 폭력조직에 몸담고 있는 제자와의 재회. 하지만 마지막 사랑 역시 끝내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만다.

혼자 남은 마츠코. 코믹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웃기던 사랑스러운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늘 약자였던 그녀는 누구의 피해자일까. 또 그녀와 함께한 남자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이런 의문들 앞에 답은 여러 가지로 흩어졌다. 그녀는 삶의 순간마다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하며 스스로 선택을 했다. 버림받아 홀로되느니 비참한 동행을 꿈꾼 마츠코. 결국 사랑을 종교 삼아 맹렬히 질주한 그녀의 삶은 '혐오스럽다'는 잔혹한 수식어로 일단락됐다. 누구나 꿈꾸는 만큼의 인생을 살다 간다. 그녀가 어리석다고 성급하게 비판할 수는 없지만 그 열정만큼 자신을 사랑했으면 어땠을까하는 물음표가 남는다.

AD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뮤지컬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공연 모습. 사진제공=마케팅컴퍼니 아침

원본보기 아이콘

극작과 연출은 김민정 연출가가, 음악은 김윤형 음악감독이 각각 맡는다. 김 연출가는 지난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은 사회성이 굉장히 강한 작품이다. 사회 맥락 속의 젠더(성), 그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 등을 영화보다 더 부각하려 했다"면서 "마츠코를 혐오스럽다고 규정짓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다. 사회 관계망 속에서의 편견과 혐오, 교사에서 성 노동자가 되는 과정에 대한 해석 등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인공 마츠코 역은 뮤지컬 배우 박혜나와 아이비가 번갈아 연기한다. 마츠코의 제자이자 연인 '류 요이치' 역은 강정우ㆍ강동호ㆍ전성우가, 마츠코의 조카인 '카와지리 쇼' 역은 김찬호ㆍ정원영ㆍ정욱진이 맡는다. 이 외에 배우 이영미ㆍ정다희ㆍ원종환ㆍ정민ㆍ김주호ㆍ이서환ㆍ양형석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1월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한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