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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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비롯해 위스키, 브랜디 등 서양의 술들은 대부분 오크통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숙성 과정 때문에 서양인들은 술을 오랜 세월 동안 보관하면서 맛의 변화를 음미하고 이에 가치를 부여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음주문화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유리병이 보편적인 포장 수단으로 자리를 잡고, 위생적인 스테인리스스틸 탱크가 나오면서 오크통 사용 범위가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급 와인과 위스키, 브랜디 등은 오크통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오크통은 고대 켈트족이 맥주에 사용하기 시작했고,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으로 로마에 도입됐다. 그전에 술을 운반하는 통으로 사용하던 흙으로 만든 '암포라(Amphora)'라는 용기와 비교하면 오크통은 취급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완벽한 밀봉 효과와 함께 저장 중 와인의 숙성에 관여하는 기능을 발휘해 와인의 품질 개선에 큰 공헌을 한다.


오크(Oak)는 우리나라의 참나무에 해당하는 것으로 특정 나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온대에서 열대 지역에 걸쳐 자라는 200여종의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모두 일컫는 명칭이다. 참나무는 산불이 난 후 가장 먼저 나올 정도로 생활력이 강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목재 중에서 가장 단단해 쓰이는 곳이 많았다. 서양에서는 옛날부터 선박이나 술통을 만드는 재료로, 우리나라에서는 선박 건조나 화력이 좋은 장작과 숯을 만드는 재료로 많이 사용했다. 참나무 속명의 '케르쿠스(Quercus)'란 켈트어는 '좋은 목재'라는 뜻이며 우리말인 참나무란 이름 역시 '진짜 나무'라는 뜻이다.

일반인에게 목재를 주고 배를 만들어보라고 하면, 배 모양은 만들 수 있을지 몰라도 판과 판 사이의 방수 처리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물에 띄우면 바로 물이 샐 수밖에 없다. 배를 만드는 기술이란 판과 판 사이를 조여 물이 새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이 기술이 오크통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에는 나무로 된 용기가 가장 널리 쓰였다. 나무통은 가벼워 운반이 쉽고, 질그릇처럼 쉽게 깨지지 않고, 내용물을 변질시키지 않는 용기였기 때문에 액체를 담는 용기로는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물가의 두레박, 목욕탕의 바가지 모두 나무로 만들어 사용했고, 1960년대까지는 막걸리 통도 전부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모양도 와인용 오크통과 똑같았고 크기만 작았다. 이 한 말들이 막걸리 통을 자전거에 열 개 넘게 싣고 배달하는 광경은 신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오크통.

오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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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곧 국가다"라고 외친 루이 14세는 프랑스를 유럽 최고의 국가로 반석 위에 올려놓았지만 와인에 있어서도 한몫을 했다. 1666년 루이 14세의 재무장관 '콜베르(Jean Baptiste Colbert)'는 해군력이 막강한 잉글랜드나 네덜란드의 선박을 살펴보고, 프랑스의 해군력을 강화하고자 지롱드강 북쪽 '로슈포르(Rochefort)'에 해군기지와 조선소를 건설하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배를 만들 수 있는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 임야보존법을 선포, 코냑 동쪽에 있는 거대한 오크나무숲(리무쟁ㆍLimousin)을 비롯해 범국가적으로 오크나무숲을 조성하고 가꾸면서 목재를 비축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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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0년 정도 지난 후에 배를 만들려고 보니 나무가 아닌 쇠로 만드는지라, 애써 가꾼 오크나무숲이 별 볼 일 없게 됐다. 이렇게 조성된 오크나무가 와인과 코냑이라는 명주를 탄생시키는 결정적인 여건이 됐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의 고급 와인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되고 있다. 프랑스 오크통의 가격은 백만 원이 넘는지라 오크통에 들어갔다 나온 와인은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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