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도피설 부인…"국정원이 '논두렁 시계' 흘려달라 요구"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자신을 둘러싼 국내외 일각의 '미국 도피설'을 부인했다. 미국을 여행중인 것이지 도피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 전 부장은 또한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노 전 대통령과 관련한 '논두렁 시계' 얘기를 언론에 흘려 타격을 입힐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7일 기자들에게 보낸 자신의 입장문에서 "일하던 로펌을 그만 둔 후 미국으로 출국하여 여러 곳을 여행 중에 있다"면서 "이로 인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의 잘못을 회피하기 위하여 해외로 도피하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은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일은 없었으며 검사로서 소임을 다하였을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만일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하여 제가 잘못한 점이 있어 조사 요청이 오면 언제든지 귀국하여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 전 부장은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 2009년 검찰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이른바 '논두렁시계'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온 배경에 국가정보원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 개혁위원회는 지난달 2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를 부각하라'는 방침을 승인했으며, 한 국정원 간부가 당시 이 전 부장에게 "고가시계 수수 건 등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주는 선에서 활용하라"는 언급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장은 "2009년 4월14일 퇴근 무렵 국정원 전 직원 강모 국장 등 2명이 저를 찾아와 원세훈 원장의 뜻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하되, 시계 수수 사실을 언론에 흘려 노 전 대통령에게 도덕적 타격을 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장은 "이들의 언행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면서 "화가 난 제가 '원장님께서 검찰 수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 기자 브리핑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 감사한 마음을 표시하겠습니다. 원장님께도 그리 전해 주십시오'라고 정색하며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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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화를 내면서 '국정원이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직원들을 강하게 질책했고, 이에 직원들은 자신들이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오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한 뒤 황급히 돌아갔고 본인은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는 게 이 전 부장의 설명이다.
이 전 부장은 이후의 언론 보도를 언급하고 "보도가 연이어져 국정원의 소행을 의심하고 나름대로 확인해본 결과 그 근원지가 국정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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