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전례를 찾기 힘든 '밀월기'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에게조차 말하지 않는 내용까지 아베 총리에게 상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아사히신문은 미국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전화통화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북핵 문제 외교적 해법론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 베이징에서 렉스(틸러슨 국무장관)가 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라고 물었고, 아베 총리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한 채 "지금은 대화에 나설 때가 아니라 압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 베이징을 방문한 틸러슨 장관은 "대화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틸러슨 장관에게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대북 해법을 두고서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각기 다른 해법을 내세우던 때였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 역시 양국 정상과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측근들에게조차 말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와 상의 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관계는 특이한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나라의 정상이 자신의 각료에 대한 의견을 다른 나라 정상에 묻는 건 유사한 사례를 찾기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이처럼 밀월기를 보내는 것은 아베 총리의 노력이 컸다는 것이 일본 측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일본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유명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킨 건 아베 총리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취임 이후에도 양측은 정상회담 4회에 16번의 전화통화를 하는 등 각별한 사이를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돈독한 우정은 각자의 정치적 자산으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관계를 통해 북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협조를 이끄는 동시에, 이를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반대로 아베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필요할 때 항상 전화 회담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자신해 안정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에 민감한 일본 정치의 특성상 트럼프 대통령과의 돈독한 관계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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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밀월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전직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면서 "지도자 한명 한명의 관계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5일 첫 순방지인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 5개국을 방문한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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