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재자 투표, 뒷거래 시대의 종말
국토교통부 사전투표 개선안 마련…시공사 선정 총회 당일 프레젠테이션 중요성 커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토교통부가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에 대해 메스를 들면서 강남 재건축 수주전의 승부를 갈랐던 '부재자 투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시공사를 선정하는 조합원 총회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지며 현장 프레젠테이션이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다.
국토부는 31일 "그동안 불법행위 우려가 지적돼온 부재자 투표의 요건과 절차 등을 애초 제도 취지에 맞게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부재자 투표 제도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조합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해 마련됐지만 '검은 거래'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했다. 건설사 홍보요원이 부재자 투표장까지 조합원과 동행한 뒤 한 표를 행사한 대가로 1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재자 투표 비율이 80~90% 수준에 이르면서 현장 투표 전에 시공사가 사실상 결정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 반포주공1단지 조합원의 부재자 투표율은 82.6%, 광명 11R구역의 부재자 투표율은 92.5%에 달했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하면서 국토부는 고강도 해법을 통해 불법행위 원천 차단에 나섰다.
국토부는 시공사 선정을 위한 부재자 투표 대상을 정비구역 밖의 시도나 해외에 거주해 총회 참석이 곤란한 조합원에 한정해 허용하기로 했다. 또 재건축 단지 규모에 따라 2~4일간 진행했던 부재자 투표 기간도 1일로 한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강남 재건축 조합원이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수 없고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 당일에 직접 참석해야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토부는 부재자 투표 요건 강화를 뼈대로 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기준 관련 고시 개정안을 11월 행정 예고한 뒤 오는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시공사 선정 투표제도의 변화는 조합원 총회의 위상을 바꿔놓았다. 현장 총회에서 조합원의 마음을 얻기 위해 호소력 넘치는 발표 준비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한 홍보 경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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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브랜드 위상을 앞세운 대형 건설사보다는 품질에 자신 있는 중견 건설사들에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국토부의 제도 변화가 연착륙할 경우 재건축 수주전의 불법행위 차단은 물론이고 정비업계의 품질 경쟁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개선안과 함께 내년 2월부터 금품 제공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본격 시행하면 정비사업의 불공정한 수주 경쟁 관행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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