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혼외자' 음모·배후 짐작" 언급한 판결 새삼 주목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정보 불법수집'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임박한 가운데, 사건에 연루됐던 국가정보원 직원에 대한 고등법원의 예전 판결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채 전 총장을 낙마시키는 데까지 이른 당시 사건은 국정원 직원 송모씨 등 몇몇의 일탈 정도로 몰려 이들을 처벌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그런데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의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는 것과 별개로 국정원 윗선 등의 '음모'를 강하게 의심하며 송씨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현 국정원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뢰를 결정하면서 당시 재판부의 이 같은 입장을 근거 중 하나로 삼았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김상준 재판장)는 지난해 1월 송씨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에서 그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단을 파기하고 다소 가벼운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송씨는 2013년 6월께 당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던 조모씨를 통해 채 전 총장 혼외자의 가족관계 등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사건은 결국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검증하고 이를 구실로 삼아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방해하고자 하는 모종의 음모에 따라 국정원의 상부 내지는 그 배후 세력 등의 지시로 저질러졌음이 능히 짐작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같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아동의 개인정보 조회 및 수집을 지시한 국정원 상부 내지는 그 배후 세력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은 채 이에 대한 책임을 이들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송씨 개인에게만 모두 돌리는 것은 형사법의 원칙인 책임주의에 반하고 책임의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논리는 송씨가 1심에 비해 다소 가벼운 형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이와 관련,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지난 23일 "국정원 지휘부에서 별도로 보고한 사실 등은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도 재판부의 당시 판시 내용, 송씨의 불법행위 전후 지휘 간부 간 통화가 빈번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국정원에 수사의뢰 권고를 했다. 이와 관련,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27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채 전 총장 사건) 수사 의뢰가 오면 철저히 수사하고 앞으로는 이런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한 2013년 검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장호중 부산지검장을 밤샘조사하고 이날 오전 일단 귀가조치했다. 장 지검장은 전날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불려왔다. 검찰은 장 지검장이 2013년 검찰의 수사 당시 국정원 내부 '현안 TF'에 소속돼 사건을 축소ㆍ은폐할 목적으로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본다.
장 지검장은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었다. 검찰은 최근의 수사를 통해 당시 '현안 TF'가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만들고 의혹을 감추기 위한 가짜 서류를 만들어 비치해둔 정황을 포착했다. '현안 TF'는 또한 관련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과, 국정원 법률보좌관이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파견검사였던 이제영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을 줄소환했다. 이들 모두 '현안 TF' 소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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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역시 TF의 일원으로 수사방해 실무를 주도한 혐의, 기업들로 하여금 친정부 보수성향 단체들에 약 10억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직권남용ㆍ공무집행방해ㆍ위증교사)로 문모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날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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