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임원 퇴진' 노조에 뿔난 하이트진로 "파업의 명분과 목적이 없다"
동결→기본급 인상검토·고용보장안도 선제시
임원 퇴진 등 인사권 관여 무리한 요구로 상황 악화시켜
공장 6곳 중 4곳 가동 중단…'참이슬 대란'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하이트진로 노사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파업 장기화로 참이슬 공급차질이 심해지면서 이른바 '참이슬 대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사측과 노조는 여러차례 임단협 교섭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서로 으르렁거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뚜렷한 입장 표명없이 '협상이 잘 되기를 바란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하이트진로가 20차 교섭을 끝으로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파업의 명분이 없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8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16일부터 17일까지 20차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노조는 표면적으로는 임금인상,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임단협 참여 선결조건으로 회사의 본질적인 인사권에 해당하는 '책임임원 퇴진'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17차(11일), 18차(12일), 19차(13일), 20차(16~17일)까지 교섭이 진행되는 중에도 파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노조가 교섭에 '대표이사 참여'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지속해 교착상태의 노사관계를 해결하고자 17차와 20차 교섭에 대표이사가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또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안을 기존 입장인 '동결'에서 한 발 물러나 '기본급 인상검토'로 양보하고 '고용보장안'을 선제시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파업을 철회하지도 않고 '책임임원 퇴진'이라는 임단협과 무관한 회사의 본질적 권한인 '인사권'에 관여하는 무리한 요구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속된 파업으로 거래처에 제품공급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회사의 대외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직원들도 많이 지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자 파업의 명분과 목적에 대해 의문을 갖는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관리 영업직군의 복귀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주요 제품인 참이슬과 필라이트 등의 공급 차질이 본격화되고 있다. 편의점에서 참이슬 발주 중단 지침이 내려진 가운데 필라이트 등 맥주 역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는 각 매장에 참이슬 발주불가 지침을 내렸다. 일부 편의점은 상대적으로 재고가 많은 대형마트 등에서 참이슬을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가 운영중인 맥주·소주 공장 6곳 중 4곳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 13일부터 진행된 총파업에 따른 결과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강원 맥주공장과 이천 소주공장 등 각 1개 공장씩 비상인력 투입으로 부분 가동 중이며 전주(맥주), 마산(맥주, 소주), 청주(소주) 공장은 13일부터 생산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측과 노조는 계속 인금인상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공장 매각문제가 더해지면서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앞서 18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을 당초 제시했던 7.5%에서 7.0%로 하향했으나, 사측은 경영여건이 어렵다며 임금 동결을 고수했다. 대신 사측은 내년 상반기 위로금 150만원을 제시했고 다시 18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으나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하이트진로는 '동결'에서 한 발 물러나 기본급 인상을 검토중이다.
맥주공장 매각문제도 복잡한 갈등의 요인이다. 하이트진로가 생산 효율화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3개 맥주 공장(강원·전주·마산) 중 1곳을 내년 상반기까지 매각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더욱 냉랭해진 것.
하이트진로가 맥주 공장 매각을 추진한 것은 시장경쟁 악화로 인한 맥주부문 실적부진과 공장가동률 하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 맥주부문의 실적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하이트진로 맥주 부문 영업손실은 2014년 225억원, 2015년 40억원, 지난해 217억원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434억원을 기록해 누적 적자규모가 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맥주 공장 가동률도 44%로 절반이하 수준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회사전체의 생존을 위한 효율성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게 맥주 공장 한 곳을 매각 검토하고 있다"면서 "공장을 매각하더라도 인위적인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고, 향후 공장간 인력 재배치, 영업현장 전진배치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조와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은 회사 측의 이야기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력감축이 없을 것이라는 회사 주장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임단협 협상쟁점과 회사의 고유권한인 '인사권' 문제는 별개사항"이라며 "회사는 노조가 임단협 교섭테이블에 조속히 복귀해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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