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랠리]韓 쏠림, 美 일제약진…같은 듯 다르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최근 한국과 미국 증시가 펼치는 동반 랠리는 무엇보다 기업 실적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업종별로 고르게 약진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 증시에서는 IT와 반도체 업체들이 독주하며 코스피를 끌어가는 양상이 강해지고 있다. 주가지수로만 보면 두 시장이 모두 호황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만큼 그림자도 짙어지는 것이다.
17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유나이티드헬스그룹과 존슨앤존슨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주된 역할을 했다.
의료서비스와 보험업을 하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 증가한 503억달러를 기록했으며, 조정 순이익은 26억달러로 전년 동기 21억달러보다 23%가량 크게 증가했다.
소비재 및 의약품 생산업체인 존슨앤존슨도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는 37억6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보여 지수 상승의 공신이 됐다. 그런가하면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예상치보다 높은 21억3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발표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17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크게 증가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지난 16일 시장예상을 뛰어넘는 주당순이익 37센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표적인 기술주들인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등의 주가가 모두 올랐다. 금융과 통신, 기술, 의료 등 업종이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9월 수입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0.7% 오르면서 1년여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허리케인으로 인한 우려는 오히려 복구 수요로 인한 경기활성화 기대로 탈바꿈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편 또는 대대적 감세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한다.
한국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25%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인 위상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높아진 눈높이를 다시 한 번 충족시킨 것이었다.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으로 지난 2분기에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를 또 한 번 갈아치웠다.
기업 규모별로 분석해보면 양극화 현상이 확연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이후 코스피가 5.37% 올랐는데 대형주(시총 1~100위)들은 6.98% 상승했다. 반면 중형주(101~300위)들은 오히려 2.99% 하락했고, 소형주(301위 이하)들은 6.05%나 떨어졌다. 중소형주 투자자들 입장에서 보면 코스피 사상 최고치 경신이 남의 집 잔치처럼 보일테고 상대적 박탈감만 심해질 수 있다.
업종별로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전기전자와 의약품 업종 지수가 각각 15.34%, 19.83% 올랐을 뿐, 대부분 업종은 하락세를 보였다. 의료정밀 업종 지수가 11.24%나 떨어졌고 운수창고(-7.66%), 종이목재(-7.08%), 전기가스(-6.94%), 섬유의복(-6.18%), 건설(-5.09%), 은행(-4.74%), 철강금속(-2.44%) 등이 하락했다.
투자주체별 수급 측면에서 보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 시장에서 1조6980억원을 순매수하면서 랠리를 지지했다. 하지만 개인과 기관은 각각 4960억원, 1조1580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 연기금과 금융투자사가 각각 4660억원, 3380억원을 팔아치웠다. 기관 중에서는 사모가 320억원 순매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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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림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임상국 KB증권 종목분석팀장은 “IT(반도체 등), 철강·화학·정유 중심의 소재 등 수출주 중심 경기민감주의 쏠림 현상은 더 강화될 것”이라며 “내수주와 자동차, 컨텐츠, 화장품주의 단기 추가상승도 가능하겠지만 트레이딩 및 기술적 반등 수준 그 이상의 의미를 두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무엇보다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 7월 111.2를 기록한 이후 8월 109.9, 9월 107.7으로 하락세가 계속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요 경제지표 중 수출만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는 산업 측면에서의 지원이 요구된다”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 함께 3% 중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는 실업률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구매력을 높여줄 수 있는 유의미한 임금상승률이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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