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ㆍ창업기업은 흔히 초기 매출부진 등으로 창업 후 3년에서 7년 사이에 도산하게 되는 '데스벨리'(Death Valley)를 겪게 된다고 한다. 공공조달시장은 2016년 기준으로 무려 117조원 규모에 달한다. 유효 구매력을 가진 큰손인 셈이다. 공공조달시장을 활용한 벤처ㆍ창업기업의 초기 판로 확대방안은 없을까? 그동안 공공기관 구매담당자들은 제품이 마음에 들더라도 다른 기관에 납품한 실적이 없으면 구매를 꺼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 특히 기술력이 있더라도 공공조달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0월에 납품실적이 없더라도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ㆍ창업기업들의 상품을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홍보할 수 있는 '벤처나라'가 출범하였고 그 이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벤처나라는 조달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벤처ㆍ창업기업들에게는 유용한 통로이며 공공기관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종합쇼핑몰, 우수조달물품 등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벤처나라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있는 신생 벤처기업의 사례를 보자. LED조명을 생산하는 A 벤처기업은 지난해 10월 벤처나라에 상품을 등록한 이후 판로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 기업의 상품은 최대 7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유지보수의 간편성, 가격경쟁력 등의 이점을 갖고 있다. 지난 5월 공공시장에서 2200만원의 첫 매출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에는 4배를 육박하는 9300만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3D프린터를 생산하는 B 창업기업도 저렴한 교육용 3D프린터를 벤처나라에 소개한 이후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납품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4월에는 벤처나라를 졸업하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재하는 등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 가고 있다. C 중소기업은 레이저 광을 이용한 소형 빔 프로젝트를 개발해 해외시장은 공략했으나 실적을 요구하는 보수적인 국내 거래 관행 때문에 고전하다가 벤처나라를 통해 공공조달시장을 선점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까지 고용을 100명으로 늘리고 성장세가 이어지면 3년 후에는 200명까지 증원할 예정이다.
벤처나라가 오픈된 지 1년이 되었고 현재 203개사 947개의 상품이 등록되어 있다. 연말까지는 300개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아직도 공공조달시장에 한건의 납품도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많다. 조달청은 초기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벤처ㆍ창업기업들을 위해 벤처나라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먼저, 벤처나라 상품을 알리기 위해 공공기관의 예산집행이 하반기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해 12일부터 12월7일까지 할인기획전을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권역별 구매상담회 등 프로모션 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벤처나라 등록업체 수를 늘리기 위해 추천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광역자치단체 등 창업ㆍ벤처기업 지원 관련 유관기관과 협조한다면 우수한 창업ㆍ벤처기업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달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업체는 입찰참가자격 등록, 물품목록번호 등록 등 어려운 조달과정을 거쳐야 한다. 벤처나라 지정업체들은 창업ㆍ벤처기업 전담관으로부터 조달등록 관련 전 과정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조달청에서는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이 공공조달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여세를 몰아 글로벌 기업으로 커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활약하는 벤처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공공조달제도의 개선이 중소벤처기업 성장을 견인하고 고용을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춘섭 조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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