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국경절 특수-르포]중국어 들리지 않는 명동…"산 위에서 물건 파는 기분"
中 유커 사라진 명동...국경절 특수는 기대조차 못해
지난해 中관광객 희망 여행지 1위 한국...10위 밖으로 밀려나
볕뜰날 올 거라는 희망조차 꿈꾸지 못하는 상인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명동 거리를 시끄럽게 했던 중국인들의 대화 소리는 종적을 감췄다. 명동 지역 상인들도 국경절(10월1일~8일) 특수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버렸다. 이들은 '힘들다'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마저 힘들어했다.
◆거리에 환잉광린은 없었다=국경절 마지막 휴일인 8일 오후 1시. 예년 이맘때라면 명동 어느 곳에서든 들을 수 있었던 환잉광린(歡迎光臨, 방문을 환영합니다)을 들을 수 없었다. 명동 골목을 꽉 채웠던 중국인 관광객(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중국인 단체 여행객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이따금 가족 단위 여행객들만 간간이 확인할 수 있었다. 화장품 가게를 중심으로 할인 등을 알리며 호객꾼들의 중국어가 이따금 씩 들렸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빠져 있었다.
명동에서 손꼽히는 화장품 매장에서 중국인 관광객 통역 등을 담당하는 점원 이모씨(21)는 중국인보다는 한국인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어 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표식을 하고 있었지만,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중국인은 좀처럼 없었다. 이씨에게 분위기를 묻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만 짧게 답했다. 실제 매장을 둘러보는 손님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두세명 정도의 중국인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었지만, 이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운 편이었다.
노점 상인들은 울상조차 짓지 못했다. 길거리에서 군밤을 팔고 있는 박모씨(33)는 '지난해 국경절보다 관광객이 줄었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고개를 끄떡이기만 했다. '얼마나 줄었냐'고 묻자 그는 땅만 쳐다보며 말을 이어가려 하지 않았다. 박씨는 "지난해 국경절 때와 올해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경절 명동에서 중국어 관광통역 안내를 하는 한모씨(34)는 "지난해 국경절만 해도 패키지로 오신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아 온 명동을 누볐는데 이제는 개인 단위 관광객들만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마다 10%에서 70%까지 말은 달랐지만, 매출이 줄었다는 데에는 대체로 동의앴다.
지난해 국경절 특수를 누렸던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논란을 거치면서 관련 산업의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중국 정부의 보복 차원에서 시작된 금한령으로 요우커가 줄었고, 간접적으로는 반한감정으로 한국 브랜드를 기피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100조원 규모의 중국의 국경절 여행 소비지역에서도 후순위가 됐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올해 국경절 기간 중국 관광객은 7억1000만명, 소비액은 5900억(101조8600억원)을 예상했지만, 실제 규모는 정부 예상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이제 명동 상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앞서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이트 씨트립(C-Trip)에서는 관광객이 호감을 가진 여행지 10대 목적지에서도 한국은 빠졌다. 지난해의 경우 한국이 1위를 차지했었다.
◆"이 어두운 터널이 언제 끝날지..."=명동 지하상가는 인적이 없었다. 국경절 마지막 대목임에도 문 닫은 가게들이 가끔 눈에 띌 정도였다. 대부분 답답한 표정으로 가게 앞에 나와 손님들을 기다렸다. 지하상가 주변을 여러 번 살폈지만 가게에 손님이 있는 점포는 다섯에 하나 정도였다.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 등을 파는 권모씨(55)는 "1000원짜리 기념품도 안 나간다"면서 "인적 드문 산 위에 올라가서 물건을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매출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묻자 그는 휴대폰으로 자신의 주거래 은행 거래내역을 보여줬다. 실제 최근 1개월간 수입 명목으로 그의 통장에 들어온 돈은 카드 매출액을 모두 포함해 8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권씨는 "사드도 사드인데 핵 문제까지 터지니까 손님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4월만 해도 임대료 등을 제하고도 200만원 정도는 벌었다던 그는 점포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권씨는 "열심히 일하지 않았거나 불친절해서라면 모르겠는데, 사드나 북핵 같은 문제로 손님이 찾지를 않으니 불가항력"이라고 말했다. 권씨의 등 뒤 찬장에는 중국어와 일본어 회화책들이 있었다. 중국과 일본 관광객을 상대했을 때 유용하게 쓰였을 터지만 들여다 볼일이 없다. 지금은 권씨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것 같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하상가에서 한류 연예인 사진을 파는 이모씨(41)는 "지난해에 비교하면 매출이 70%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중국인 관광객들을 되돌릴 수 없다면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라도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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