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해와 달은 쉬지 않는다/이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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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오일제가 되고도
 우리나라 논에서는
 토요일에도 벼가 패고
 비는 일요일 새벽에도 온다
 땅이 끝없고
 나라가 땅마다 가득해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그날이 그날이어서
 고래는 주말에도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사과는 낯을 붉히며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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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가 주연한 '그린치(How The Grinch Stole Christmas)'라는 판타지 영화가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제에 암시되어 있듯이 '그린치'라는 심술궂은 녹색 괴물이 크리스마스를 온통 엉망으로 만들 생각으로 마을로 내려와 이런저런 소동을 벌이다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도입부는 참 흥미롭다. 눈 내리는 장면에 이어 그 눈송이들 중 하나를 계속 줌 인 하는데, 놀라워라, 그 안에 '그린치'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있는 게 아닌가. 반대로 시인의 상상력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자꾸 줌 아웃 하다 보면 그래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여느 눈송이들처럼 "그날이 그날"이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 좀 복닥거리기는 해도 비가 오고 벼가 익듯이 어제처럼 오늘도 서로 환하게 웃고 오늘처럼 내일도 다정하게 인사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 '한 지붕 세 가족'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의 매회 첫 장면도 줌 쇼트였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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