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 투자' 유가·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8.7조…역대 최대
코스닥 신용융자 가파른 증가, 전체 신용융자 규모의 52% 차지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국내 증시의 신용융자 잔고가 역대 최대 수준인 8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중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빚내서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가 8조7013억원을 기록했다. 두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가 8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신용융자 잔고의 증가추세는 8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따른 더 큰 차익을 노리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금액을 의미한다.
특히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 증가추세가 가팔랐다. 지난 8월 중순 4조2000억원 초중반에 머물렀던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16거래일 연속 이어지며 지난 20일 4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넘어섰다. 지수가 2%가까지 빠진 22일에도 잔고는 54억원 감소하는데 그친 4조5410억원을 기록했다.
연도별로 봐도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은 2014년 2조5364억원에서 2015년 3조4897억원, 2016년 3조8468억원을 기록해 매년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의 가파른 증가추세에 따라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웃돌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 잔고의 비중은 52.19%로 지난달말 51.64%보다 0.55%포인트 높았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 증가추세는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폭이 저조했던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오주, 4차산업혁명 관련주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3위는 모두 바이오주가 차지하고 있고, 한두 달 새 2배이상 오른 신라젠 신라젠 close 증권정보 215600 KOSDAQ 현재가 3,225 전일대비 30 등락률 -0.92% 거래량 784,989 전일가 3,255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신라젠, BAL0891 연구 결과 2건 美 AACR 발표 항암 바이러스 '정맥 투여' 난제 풀었다…신라젠 SJ-650, 글로벌 게임체인저 예고 신라젠 'SJ-650' 연구 논문, 'Molecular Therapy' 게재 을 포함해 10위 이내에만 7개 바이오주가 이름을 올렸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퓨처엠 close 증권정보 003670 KOSPI 현재가 250,500 전일대비 1,000 등락률 -0.40% 거래량 497,388 전일가 251,500 2026.05.14 15:30 기준 관련기사 급등했던 코스피 ‘실적 장세’ 맞았다…상장사 10곳 중 6곳 기대치 넘어 포스코퓨처엠, 1분기 영업이익 177억원…전년比 3.2%↑ 코스피, 하락 출발 후 보합…코스닥도 약보합 , 엘앤에프 등 전기차 관련주의 급등도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북한 리스크와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로 주춤했던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고도 다시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말 4조원을 밑돌았으나 이달 들어 14일 이후 2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증가, 4조1600억원으로 증가했다. 주도주인 정보기술(IT)주의 3분기 깜짝실적 전망에 이어 전반적으로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효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증권사들이 자율 적용하고 있는 신용융자 이자율 하향조정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5~6월 금융감독원의 신용융자 이자율 체계와 관련한 현장검사를 실시한 이후 잇달아 이자율을 낮추고 있다. KTB투자증권이 7월1일부터 기간별 차등 이자율을 없애고 단일 이자를 적용하기 시작한데 이어 신한금융투자가 8월1일부터 기간별 이자율을 1%포인트씩 인하했다. NH투자증권은 7일 이내 구간을 신설해 증권사로는 처음으로 4%대 이자율을 제시했고, 키움증권도 11월부터 이자율을 최대 4%포인트 이상 낮출 방침이다.
다만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는 신용융자 잔고 증가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과열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융자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실적에 따른 펀더멘털 투자보다 단기 급등을 노린 초단기 투자에 몰입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개인은 올해 들어 시장에서 거래된 데이트레이딩 895억주 중 95.58%에 달하는 856억주를 거래했다.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3.71%(33억주), 0.36%(3억주)에 불과했다. 값이 싼 종목일수록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높았는데 1만원 미만의 저가주는 50.48%였던 반면 1만~10만원의 중가주는 26.91%, 10만원 초과 고가주는 17.84%였다.
증권사 한 투자분석팀장은 "최근 신용융자 잔고 증가추세는 주가 상승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면서도 "동시에 대외 악재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돈을 빌려 초단기 매매에 나선 개인들의 투자손실에 대한 우려 역시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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