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 높이고 브랜드 매출 올리는데 효자 노릇하지만
무분별한 제품 유통으로 가품 등 브랜드 가치 훼손하는 면도 있어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마스크팩 30만원어치 주세요." 국내 면세점에 방문하면 양손 가득 마스크팩 제품을 쓸어 담는 중국인 관광객(요우커)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인들을 위해 대량 구매를 하는 요우커들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보따리상(代工ㆍ따이공)이다. 다이공은 주로 한국의 화장품을 대신 구매해주는 이들을 가리킨다.
한국산 화장품의 성장은 따이공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마스크팩 브랜드도 마찬가지. 다이공은 K-마스크팩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높이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이다. 동시에 짝퉁(가품) 등의 문제로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는데 어려움도 있다.
중국인의 마스크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K-마스크팩 브랜드도 급부상하게 됐다. 중국 내 온라인 판매 점유율 10.5%로 로컬 마스크팩 업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유럽 미국 3.7%, 일본 1.2%, 기타 6.0%).
K-마스팩은 따이공의 인기 제품 리스트에도 들게 됐다. 실제 국내 면세점에서는 수십여개, 수십만원어치의 제품을 구매하는 따이공들이 자주 목격된다. 따이공 덕분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이후에도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7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8% 이상 늘어난 9억8255만 달러인 반면, 외국인 이용자수는 전년동기대비 44.7% 감소한 105만9565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따이공의 화장품 사재기 현상이 지속되면서 5월 외국인 객단가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인 640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따이공이 요우커를 대신해 국내 면세점의 매출 빈 자리를 메운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이달부터 면세점 온, 오프라인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수량을 기존대비 대폭 축소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화장품 업계 빅2인 두 업체는 "무분별한 따이공 판매로 인해 자사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기 어렵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 1위 마스크팩 브랜드 메디힐을 운영하는 엘엔피코스메틱은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유통 추적이 가능하도록 지난달부터 중국 내 대리상과 본사가 직접 계약을 맺고, 모방이 불가능한 '압인시트'로 전면 교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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