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만 팔아서는 안돼…만물상 되는 패션 회사들
매장서 가구 팔고, 화장품ㆍ식자재 유통까지 다방면 진출
패션업계, 본업인 의류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사업 영역 확대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1986년 국내 최초의 고급 기성 남성복 '반도 신사복'이 모태인 남성복 브랜드 마에스트로가 가구까지 판매하는 시그니처 매장을 최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오픈했다. 시그니처 매장은 의류, 구두, 가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꾸며진다. 가구 판매 공간은 매장의 5분의1을 차지한다. 마에스트로 측은 이번 특화 매장 오픈에 대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어울리는 매장을 구성하게 됐다"며 "스텔라웍스 가구를 시작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해 고객들의 기호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가꿔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패션 회사들이 갖가지 물건을 판매하는 만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옷을 파는 회사가 최근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화장품, 식자재 등의 영역에도 과감하게 도전하면서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추가 매출을 올리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올해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14.3% 증가한 2400억원으로 잡았다. 2020년 매출 목표는 5000억원으로 잡았다. 최근 집 꾸미기 열풍이 불면서 자주는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4년 사이 인수한 이탈리아 화장품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와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두 브랜드의 매출은 전년비 각각 36%, 107% 증가했다. SI는 프리미엄 향수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이달 1일 프랑스 브랜드 딥디크의 국내 판권도 인수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딥디크를 최고급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외에도 지분투자 방식으로 쇼핑몰과 화장품 제조업에 관여하고 있다. 보유 지분율은 아웃렛 '신세계사이먼'에 25%, 화장품 제조업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에는 50%다.
LF도 마찬가지다. LF는 올 2분기(4월1일~6월30일) 주류를 판매하는 인덜지의 지분을 기존 4.55% 에서 53.18%까지 확대했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퍼블리크의 지분은 기존 44.33%에서 71.02%까지 늘었다. 식자재를 납품하는 모노링크와 에프엠인터내셔날은 완전 자회사(100%)로 분류됐다.
식음료(F&B) 사업 강화, 확장을 위해 최근에는 자회사 엘에프푸드를 통해 유럽 식자재 기업 구르메에프앤드비코리아의 지분 71.69%를 인수했다. 지분 투자 규모는 360억원. LF 관계자는 "식자재 유통사업과 외식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라며 "유럽산 치즈, 버터 등을 국내 유통하는 회사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 운영 중인 외식 브랜드 등과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패션 회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배경에는 경기 불황이 자리한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패션 시장은 1.6% 성장한 2012년 이후 5년째 계속 1~3%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내년도 성장률도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옷 소비가 줄어들었고, 패션업의 성장도 함께 멈춘 것. 발 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들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업의 근간인 '패션'에서 패션을 포함한 '라이프스타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F는 2006년 기성복 의류제품 생산ㆍ판매 등을 위해 LG상사로부터 분할된 역사를 뒤로 하고, 최근 '라이프스타일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내 해외사업부로 시작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패션 비즈니스의 전문화와 사업 확장을 위해 설립됐지만, 최근 전체 매출의 86%가량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에서 창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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