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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법원이 31일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데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게 존재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3년에 내린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적ㆍ일률적ㆍ고정적으로 지급되는 모든 임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따지면 기아차 노동자들이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으로 규정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문제는 대법원이 제시한 단서, 즉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게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회사가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상황, 회사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 우려된다면 문제가 된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빼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나 관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이날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으로 인정을 한다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아차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지속적으로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거둔 점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는 점 ▲같은 기간 매년 약 1조원에서 16조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했고 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169.14%에서 63.70%로 낮아자는 등 경영상태와 매출실적이 나쁘지 않은 점 등이 근거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 및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대내외 영업환경이 나빠진 점은 법원도 따져본 대목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관한 명확한 증거를 기아차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최근 영업이익이 감소한 상황은 회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기아차가 투자불능의 상황에 처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봤다.


법원은 나아가 근로기준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권리행사를 기업이 우려하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침해해선 안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가정적인 결과를 미리 예측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건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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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동시에 "노동자들이 마땅히 받았어야 할 임금을 이제야 지급하는 것을 두고 '비용이 추가적으로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이를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관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의 이번 판결은 어느정도의 손실이 예상돼야 신의칙을 위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기업의 이익과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 중 일정한 여건 하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해석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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