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의 날] 美·中·日 협공에 텃밭 '뭇매'..삼성의 고독한 싸움
반도체·TV·스마트폰 분야 1위 자리 위협하는 글로벌 한종연횡 진행
'비리 기업' 따가운 시선에 홈그라운드 지원마저 잃고 '고독한 싸움'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명진규 기자]미국, 중국, 일본 기업들이 '타도 삼성' 연합전선을 구축하면서 삼성전자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반도체ㆍTVㆍ스마트폰 부문에서 독주하는 삼성전자를 끌어내리기 위한 글로벌 합종연횡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비리 기업'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벼랑끝으로 내몰렸다. 삼성전자는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우군이 없는 고독한 싸움에 힘겨워하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도시바가 메모리 반도체 자회사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ㆍ미ㆍ일 연합에서 미국 웨스턴디지털 주축의 미ㆍ일 연합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려던 SK하이닉스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도시바가 SK하이닉스 대신 웨스턴디지털을 선택한 이유다.
니혼게이자이(니케이)는 이에 대해 "반도체 매각과 관련해 갈등을 빚던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이 협력하기로 방향을 바꾼 것은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삼성전자에 경쟁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로 넘길 경우 한국의 반도체 장악력이 더 커지게 될 것을 우려해 웨스턴디지털을 선택했다는 설명인 것이다. 이와 함께 양측이 협력해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5.6%로 2위 도시바(17.5%), 3위 웨스턴디지털(17.5%)를 크게 앞서고 있다. 만약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을 합치면 35%로 삼성전자를 바짝 쫓게 된다. 하루 아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을 위기에 처한 SK하이닉스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아직 도시바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듣지 못했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시간을 갖고 도시바와 계속 협상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들도 일본 전자 기업을 인수하면서 '삼성 타도'를 외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정밀공업은 작년 12월 삼성전자에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갑작스럽게 패널을 공급받지 못한 삼성전자는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량 하락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TV 판매량이 예년(4800만대 안팎)에 비해 저조한 4200만~4400만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훙하이정밀공업의 자회사인 폭스콘은 지난 7월 미국 위스콘신주에 11조원 규모의 LCD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시장을 넘겨보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폭스콘은 경영난에 처한 재팬디스플레이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주변국들이 삼성전자를 에워싸고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정경유착의 혐의로 궁지에 몰리면서 기댈 언덕마저 잃고 말았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문자를 언론에 흘리면서 '반(反) 삼성 여론'을 자극하는 등 여론전으로 끌고 가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우리 내부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짓밟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중국 뿐 아니라 일본도 빼앗긴 전자 왕국을 되찾으려 국가 차원에서 나서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반기업 경서에 대해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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