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전집'(은행나무, 전20권)이 완간됐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약 5년이 소요됐다. 미당의 제자와 전문 연구가들로 구성된 편집위원 다섯 명(이남호 고려대 교수, 이경철 문학평론가, 윤재웅 동국대 교수, 전옥란 작가, 최현식 인하대 교수)은 자료 수집, 편집 기획, 다양한 판본의 비교 검수, 교정, 편집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분담해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미당이 운영하던 문학지 '문학정신'의 편집기자로 일한 미당의 제자 전옥란 작가가 총 책임을 맡았다.
'미당 서정주 전집'은 서정주 문학의 연대기적 체계이자 전 장르의 결집이다. 10대의 문학부터 80대의 문학까지, 시, 자서전, 산문, 시론, 방랑기, 옛이야기, 소설, 희곡, 전기, 번역에 이르기까지, 실로 크고 높은 문학의 산맥이자 깊고 넓은 바다를 체험할 수 있다. 시간상으로는 한민족의 역사 태동에서부터 먼 미래의 영원까지, 공간상으로는 고향 질마재 마을 이야기에서부터 세계 전역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개인 연대기로 보면 방황과 격정의 불안한 문학청년의 모습부터 원숙한 달관에 이르는 노년의 지혜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제재와 형식들을 통해 서정주의 문학이 하나의 '거대한 문학 세계'임을 자연스럽게 입증한다.
'미당 서정주 전집'은 시인 미당의 면모만이 아니라 문장가로서의 섬세한 감성과 다양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문학 연구 자료이기도 하다. 예컨대 자기 시의 탄생 비밀을 스스로 서술해놓은 산문들은 일반 독자나 연구자들이 간과하기 쉬운 시 창작의 배경이나 맥락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산문 4권과 '나의 시'(전집 11)가 이런 경우이다. 난해한 시 '도화도화'를 해독하는 데 결정적 단서가 있다.
미당 특유의 언어가 매력적인 자서전 문장들(전집 6, 7), 파란만장한 떠돌이 주제의식으로 전 생애의 체험을 묶은 산문 1권(전집 8), 안 잊히는 사람들을 따로 모은 인물 묘사의 백미인 산문 2권(전집 9), 한국 미학의 탐구를 위해 오랫동안 몰두해온 신라정신을 다룬 산문 3권(전집 10), 동서고금의 방대한 문학 지식을 섭렵하는 시론(전집 12, 13), 5대양 6대주의 방랑 기록을 담은 방랑기(전집 14, 15), 세계의 민담들을 각색한 옛이야기(전집 16, 17), 소설과 희곡, 전기와 번역의 역량을 보여주는 전집 18~20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형 지식인이자 유려한 문장가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전집이다.
'미당 서정주 전집'은 서정주 문학을 최종적으로 정리한 완결판 정본이다. 약 70년에 이르는 그의 문학 활동 기간의 작품들을 세밀하게 수집하여 정리를 하고 체계를 세워 엄선한 다음, 다양한 판본을 비교하여 가장 합리적인 표기를 택했다. 미당의 본의가 왜곡 변형된 기존 편집들의 사례를 모두 찾아 바로잡으려 애썼다. 과거 잡지사ㆍ출판사 담당자들이 표준어로 고치느라 무심코 해친 '미당 특유의 어휘'들이나 부주의로 누락된 문장들을 복원하였으며, 미당이 착각한 기억의 오류나 인용 텍스트의 오류 등도 바로잡았다. 첫 시집 '화사집' 출간년도를 1938년으로 표기하는 곳 등이 대표적이다. '화사집'은 1941년에 출간되었다.
책으로 기 출간된 자료들을 저본으로 했지만 최초의 발표 지면을 참고하여 저본의 오류를 바로잡은 경우도 이 전집의 특색이다. 자서전의 경우, 일지사 전집(1972)을 저본으로 했지만 최초로 수록한 '세계일보'(1960) 지면을 일일이 확인하여 대조한 결과 일지사 오류를 바로잡은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민음사에서 간행한 '세계민화집'(1991) 5권도 최초 연재 지면인 '소년한국일보'(1988)와 대조하여 많은 어휘들과 문장들을 바로잡았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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