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노점상의 눈물③]만년메뉴 없이 빨라진 트렌드…"무한경쟁, 전쟁터죠"
인기 메뉴 뜨면 곳곳에 우후죽순 생겨나
"SNS 인증샷용, 사진 잘나오는 메뉴가 반응좋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예전처럼 한두가지 메뉴 일년 내내 파는 포장마차는 번화가에서 장사하기 힘들어요. 비싸고 만들기 까다롭더라도 확 눈길을 끄는 메뉴, 유행하는 메뉴를 바로바로 따라가야 그나마 먹고살수 있고…"
주말인 13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 길이라 불리는 명동의 메인거리는 오후 3시께가 되면서부터 곳곳이 바빠진다. 한 때 패션의 거리에서 수 년 전 화장품 거리로 이름을 날렸던 이 곳은 이제 '먹거리의 천국'이 됐다. 중국 베이징 왕푸징의 꼬치거리를 연상케할만큼 다양하고 독특한 간식이 즐비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 전, 중국인관광객(요우커)이 밀려들어오던 때와 비교하면 한산해진 편이지만 여전히 번화가를 찾는 다양한 관광객들로 거리는 꽉 찬다.
그러나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노점상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는 분위기다. 5년여 전까지만해도 떡볶이, 즉석어묵, 꿀타래 등 몇가지 메뉴로도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명동 길거리 음식이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으며 화려하고 새로운 메뉴가 아니면 시선조차 끌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찾은 명동 유네스코길 위에서는 수십여가지의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고급요리로만 여겨지던 랍스터 구이나 한우 스테이크가 1만5000원, 6000원의 가격에 마련됐다. 그밖에도 딸기찹쌀떡, 매운닭발, 바나나 크레페, 꽃게튀김, 새우튀김, 닭꼬치, 레몬쥬스, 고구마 빠스 등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붕어빵 아이스크림, 조각과일, 즉석 착즙쥬스 등 계절메뉴도 있다.
꼬치구이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메뉴는 수시로 바뀐다. 일정기간 팔아보고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시장조사도 하고 주변 반응도 살펴서 유행하는 것으로 판다"고 소개했다. 즉석튀김 노점을 운영하는 또 다른 상인은 "관광객 위주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일단 신기한 것, 모양이 특이한 것들이 잘 팔린다"면서 "계절이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같은 SNS 반응까지 살핀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에는 맛보다 인증샷(사진)을 찍었을때 맛있어 보이고 예쁘게 나오는 것들이 반응이 좋다"면서 "SNS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손님들이 알아서 모인다"고 귀띔했다.
다만 같은 거리에서의 메뉴 중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 중구가 노점을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노점실명제를 적용한 이후 나름 내부 전열이 정비된 영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메뉴 선정이나 홍보는 고도화되고 있지만, 맛이나 품질 대비 가격이 비싸거나 제조 과정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쇼핑을 위해 명동을 찾았다는 한 고등학생은 "길거리에서 파는 것 대부분이 5000원을 넘기더라"면서 "그정도면 시원하고 의자와 테이블도 있는 식당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상인분들의 차림새 같은것이 깨끗해진 것 같지만, 날씨가 덥다보니 조리대 위생상태 같은것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 출퇴근길에 자주 명동 길거리를 지난다는 한 여성은 "노점이 성행하면서 밤에는 음식냄새, 낮에는 악취가 심하다"면서 "아무리 청소를 한다고 해도 하수구로 흘러드는 오물 찌꺼기 등이 원인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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