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공사 이탈 방지 꼼수 비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형항공사들이 '기장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기장 비행경력 산정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장들의 경력 산정 기준을 까다롭게 해 해외 이탈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경력관리 측면에서 조종사들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항공기는 조종실 내 기장 1명과 부기장 1명이 각각 좌측 기장석과, 우측 부기장석에 앉아 비행한다. 비행시간이 8시간 이상인 장거리 비행의 경우 인원을 증원해 교대하며 운항하는데, 예를 들어 비행시간이 13~14시간인 대한항공의 인천~토론토 노선의 경우 기장과 부기장 총 4명이 짝 지어 비행하는 식이다. 2명의 기장과 2명의 부기장이 교대로 운항하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부기장 수 부족과 운영 효율화 차원에서 3명의 기장과 1명의 부기장 편조로 비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명의 기장과 1명의 부기장이 운항하는 경우, 기장 3명 중 2명은 갈 때와 올 때 각각 6시간30분~7시간씩 지휘기장(PIC)으로서 근무를 하지만, 3번째 기장은 부기장석에 앉아 근무하게 된다. 국토부의 해석대로라면 2명의 기장은 13~14시간의 비행시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지만, 나머지 기장은 기장으로서의 비행시간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교육(검열비행)을 하는 후방석에 동승하는 교관 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관 기장은 기장 자격으로 비행에 참여하지만 기장석에 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행시간을 인정받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국토부의 이같은 조치가 중국 등 해외 항공사로의 이직을 막기 위해 나온 꼼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장 인력의 해외 유출이 심각해지자, 비행경력을 채우는 방식을 까다롭게 해 기장들의 이탈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항공사 소속 기장 B씨는 "이번 변경 지침은 국내 조종사들의 경력관리 측면에서 개인의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고, 국제적인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장 C씨는 "이런 지침 변경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조종사들의 의견도 전혀 수렴하지 않았다"면서 "조종사협회나 양대 항공사 조종사노동조합과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면 이러한 부당한 지침의 일방적 시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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