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사고 안먹고 안쓴다]"사먹기도, 요리하기도 부담" 폭염 속 서민 지갑은 '얼음'
AI·날씨 여파에 다시 비싸지는 농·축·수산물
신선식품, 전체 소비자물가 끌어올려…소비는 잔뜩 위축
최미현(42·여)씨는 지난 주말 식구들과 서울 시내 복합쇼핑몰 푸드코트에 갔다가 메뉴 하나당 1만원 훌쩍 넘는 가격에 식겁했다. 그렇다고 점심을 안 먹을 순 없다. 결국 남편과 최씨는 '배가 부르다'는 핑계(?)로 음식 하나를 나눠 먹었다. 아이에겐 약간 저렴한 어린이용 메뉴를 시켜줬다.
먹거리 물가가 끊임없이 오르면서 서민들 소비 심리를 위축시킨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는 가운데 소비 확대 기대감도 커지고 있지만, 식품 등 소비자물가가 뛰며 서민 부담을 키우는 모습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가뭄·무더위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밥상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19일 기준 갓(1kg 상품) 가격은 3800원으로 평년과 1년 전 대비 각각 119.5%, 101.6% 급등했다. 평년가는 올해를 제외한 최근 5년 간 해당 일자의 평균값이다. 양파(1kg 상품·1884원)는 1년 전보다 28.3% 올랐다. 평년 가격보다는 14.1% 높다. 평년보다 마늘(깐마늘 1㎏ 상품·9599원)은 17.5%, 풋고추(100g 상품·1001원)는 16.2%, 당근(1kg 상품·3179원)은 9.3% 비싸다. 수미 감자 100g 상품 소매가는 272원으로 평년보다 22.8% 높다.
아울러 적상추 100g 상품 소매가는 1466원으로 평년 대비 45.9% 높다. 적상추와 시금치 등 엽채류 도매가는 최근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적상추 4㎏ 한 상자(상품 기준)의 월평균 도매가는 2만7239원으로 지난달 평균인 1만195원보다 167% 뛰었다. 시금치 4㎏ 한 상자(상품 기준)도 지난달보다 95.8% 급등한 1만7620원에 거래되고 있고, 배추 역시 10㎏ 한 망에 5589원으로 전월보다 61.6% 상승했다.
폭염과 가뭄 속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했던 농산물 가격은 이달 시작된 장마가 생육과 출하에 지장을 주면서 공급량이 줄어들자 다시 올라왔다. 장마·폭염이 계속 이어지면 작물 생육 저하에 따른 공급 감소가 심화,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다.
축·수산물 물가도 요즘 심상찮다. 달걀 가격은 지난달 3일 제주 등지에서 고병원성 AI 의심 사례가 나타난 이후 상승세다. 19일 전국 평균 특란 30개들이 한 판 소매가는 7849원으로 평년 가격(5470원) 대비 43.5% 높다. 1년 전(5128원)보다는 53.1% 비싸다. 19일 한우 등심(100g 1등급·7925원) 소매가는 평년 대비 17.7% 높다. 한우 갈비(100g 1등급·5006원)는 14.5% 비싸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2375원) 가격은 12.6% 높다. 냉동 물오징어(중품) 1마리 소매 가격은 3298원으로 평년가(2062원)보다 59.9% 비싸다. 1년 전(2100원)보다는 57% 올랐다.
이 밖에 외식 메뉴와 라면, 음료, 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물가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1.9%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월 2.0%, 2월 1.9%, 3월 2.2%, 4월 1.9%, 5월 2.0%에 이어 지난달까지 2% 안팎의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신선식품이 주도했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0.5%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7.6% 올라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올해 1월 8.5%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농산물은 7.0%, 축산물은 8.6%, 수산물은 7.8% 올랐다. 달걀이 69.3%, 오징어가 62.6%, 감자가 35.6%, 토마토가 29.3%, 수박이 27.3% 각각 상승했다.
식품 물가는 서민 경제와 직결된다. 밥상물가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실제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정애(52·여)씨는 "간만에 소고기를 구워 먹으려 했는데 가격이 비싸 그냥 닭고기만 좀 사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친구들과 여름 휴가를 다녀온 최성제(32·남)씨는 "삼겹살, 상추 등이 너무 비싸 넉넉하게 사지 못했다"면서 "펜션에서 친구들끼리 서로 '이거 금(金)겹살이니 아껴 먹어라'고 눈치 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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