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일) MBC에서 김민식 PD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인사위원회가 열린다. 그는 시트콤 '뉴 논스톱'과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주목받았지만 2012년 파업에 앞장선 뒤 프로그램을 빼앗긴 채 잊혔다. 김 PD는 지난달 2일 MBC 사옥 안에서 "김장겸은 퇴진하라"고 외치는 자신의 모습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했고 사측은 '업무 방해, 직장 질서 문란'을 이유로 그를 인사위에 회부했다. 만약 김 PD가 해고된다면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의 '1호 해직언론인'이 된다.
파업이 끝난 뒤 그는 '징계 3종 세트'(정직 6개월, 대기발령, 교육발령)를 받았고, TV주조정실로 '유배'됐다. 망가진 MBC가 방송하는 왜곡된 뉴스와 맥빠진 프로그램을 보는 건 가혹한 형벌이었다.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리던 그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김장겸 퇴진"을 혼자 외치기 시작했다. MBC 구성원들은 김 PD와 함께 했다. 지난주 실시한 사내 여론조사에서는 95.4%의 MBC 구성원들이 '김장겸 사장 퇴진'에 동의했다. 따라서 김 PD를 징계한다면 MBC 대다수 구성원들을 징계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MBC는 해고 10명, 부당징계 71건, 부당전보 187명을 기록했다. 김 PD를 비롯한 숱한 기자, PD, 아나운서들이 일을 빼앗기고 엉뚱한 곳으로 배치됐다. 뿔뿔이 흩어진 구성원들은 좌절과 분노 속에서 지쳐갔고, 그 결과는 공정방송의 죽음이었다. 법원은 그동안 MBC에서 자행된 해고, 징계, 발령에 대해 모두 부당하다고 판결했고, "공정방송은 방송사 구성원들의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이러한 법원의 취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똑같은 인사권 남용을 되풀이해 왔다. 지난달 29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특별근로감독은 MBC 경영진의 노동탄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법적 절차였다. MBC 경영진은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는 기간에 김 PD를 인사위에 회부함으로써 이 법적 절차에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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