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서던 리치 시리즈’, ‘병산읍지 편찬약사’,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
◆서던 리치 시리즈(제프 밴더미어 지음/정대단 옮김/황금가지)=‘X구역’이란 가상의 장소를 둘러싼 기이한 현상을 스릴러와 서스펜스의 성격을 가미하여 섬뜩하고도 매혹적으로 풀어낸 SF 시리즈. 세 권으로 구성했다. 환경 재앙이 벌어졌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30여 년간 격리된 미 남부의 ‘X구역’을 파헤치려는 탐험과 이곳에 관련된 사안을 다루는 비밀스러운 정부 기관 ‘서던 리치(Southern Reach)’의 전모가 기괴하고 흥미롭게 펼쳐진다. 3부작 중 1권인 『소멸의 땅)』은 네뷸러 상과 셜리 잭슨 상을 수상했다.
이 시리즈는 시종일관 심리적 긴장감을 주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생생한 묘사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소멸의 땅』에서는 X구역을 탐험하는 12차 탐사대의 여정이 대원 중 한 사람인 생물학자의 시점에서 펼쳐진다. 사실 ‘환경 재앙’은 X구역을 폐쇄하며 정부가 댄 표면상의 이유일 뿐, 이곳이 외부 세계와 경계를 이루며 형성된 원인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으며 서던 리치가 보낸 역대 탐사대들이 목격한 X구역 안은 원시적으로 변해 버린 자연이었다. 또한 기이하게도 이곳에서 첨단 기기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다녀온 탐사 대원들은 거의 기억을 잃거나 암에 걸리는 등 고통스러운 말로를 겪는다.
생물학자는 X구역에서 발견한 동물 혹은 괴물들이 무언가 다른 ‘존재’에게 사로잡힌 것 같은 기이한 감각을 느낀다. 생물학자의 탐사와 바깥세계에서 경험한 그녀의 삶이 교차되어 진행되면서 X구역의 비밀이 어느 정도 풀리고 인간의 파괴적인 면모가 이곳의 발생에 어떤 연관이 있으리라 암시되지만, 그만큼 새로운 의문들이 제기된다. 이러한 의문들은 서던 리치의 신임 국장 ‘컨트롤’의 조직 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경계 기관』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또다시 풀리지 않는 숙제를 남기고 『빛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X구역을 둘러싼 의문들은 현실에서 자연과 우주의 많은 이치가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처럼 결국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출구 없는 미궁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게 한다.
◆병산읍지 편찬약사(조갑상 지음/창비)=소설가 조갑상의 신작 소설집.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30여 년 동안 소설집 세 권과 장편소설 한 권만 발표한 과작의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2009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발표된 작품들을 묶었다. 조갑상은 탄탄한 구조 안에 존재론적 고독과 둔중한 근현대사를 주로 담아왔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역사 속의 개인을 집요하게 조명하며 묵묵히 시대를 증명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오랜 시간 천착해온 소재인 ‘보도연맹 사건’을 둘러싼 인물들을 포함하여,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이어지는 삶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가의 이번 소설집에 대해 양경언은 “이전보다 더 냉정하고 엄격하게 역사를 상대한다”고 썼다.
조갑상은 “소설 속에서 6·25전쟁으로 이래저래 상처받은 인물들은 그들대로, 또 다른 갈등과 고민 속에 사는 인물들은 또 그들대로 우리의 현대사를 통과하고 있다. 분단은 너무나 엄연해서 오히려 잊고 있거나, 왜곡과 억압을 마냥 허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해본다. 그리고 우리 앞에 갑작스럽게 놓인 노년의 길고 긴 시간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딱하고 걱정스럽다. 소설집 출간을 준비하던 2016년부터 올해 5월 대선까지 일어난 대변혁 앞에서 심신이 크게 요동치는 귀한 경험도 했다. 내 글쓰기가 그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나름의 궁리도 해봐야겠다”고 고백하고 있다.
◆비교적 낙관적인 케이스(오카다 도시키 지음/이홍이 옮김/알마)=오카다 도시키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소설집. 일본의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여덟 편을 소설집으로 엮었다. 특유의 파격적인 문학적 실험은 물론,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현실 인식, 아티스트로서의 고민, 창작의 즐거움까지 소설과 희곡 연극연출 등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활동하는 오카다의 삶처럼 소설의 스펙트럼 또한 넓고 다채롭다. 낯설고 엉뚱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너무도 일상적인 이야기들. 디테일하게 파고들수록 형성되는 묘한 공감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타인을 어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이웃에게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대화를 시도한다.
오카다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에 담긴 단편들의 토대가 된 감각, 아이디어, 의문은 현대사회가 지닌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그로 인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저에게 많은 고민거리와 의문을 던져주었습니다. 그 비참한 사고 자체를 넘어서, 저에게는 그 일이 하나의 실마리가 되어 사회가 기능부전 상태라는 느낌, 사회가 분단되어 있다는 생각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그런 영감을 받아 쓴 작품들이 바로 이 책에 있는 단편들입니다”라고 설명하였다. 오카다는 “작가도 어느 특정 시대에 특정 정황이나 사정 속에서 살아가며, 그러한 로컬적인 조건에 영향을 받아 작품을 씁니다”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쓴 단편들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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