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정치학…주고받는 ‘선물보따리’ 비슷해야 탄생
공동성명은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
트럼프 대통령, 30여차례 정상 회담…공동성명 발표는 7차례
시진핑 주석과는 이틀간 정상회담하고도 공동성명·기자회견 없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미공동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황진영 기자
[워싱턴=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두 나라 정상이 만나는 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는 공동성명이다. 두 나라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외교적 수사에 담아 발표하는 게 공동성명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일치해야 공동성명이 발표될 수 있다. 관점과 방향을 조율하기 위해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진이 만나 탐색전을 펼친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선물 보따리’를 준비한다. 주고받는 선물의 크기가 비슷해야 공동성명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미 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을 채택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6월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정상이 만난다고 공동성명이 발표되는 것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30여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문 대통령과의 공동선언에 앞서 정상급 성명이 채택된 것은 일본,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르헨티나, 베트남, 캐나다 등 6개 국가였다. 시진핑 중국주석과는 4월 자신이 소유한 미국 플로리다주(州) 마라라고 리조트로 초대해 이틀 동안 업무오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공동 기자회견이나 합의사항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 없이 일정을 마쳤다. 이 때문에 양측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등 각종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번 공동성명 역시 진통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문 대통령의 방미 전부터 공동성명을 채택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만큼 조율과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나 조사 하나까지도 검증하는 외교 문서의 성격상 막판까지 합의안이 나오지 않아 우리 측 관계자들은 애를 태울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공동 언론발표는 이날 정오에 끝났지만 저녁까지 백악관 측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양국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이나 언론발표 전 공동성명문이 취재진에게 배포되는 것이 관례였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공동성명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백악관의 최종 결재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날 오후 4시경 트럼프 대통령이 뉴저지주의 베드민스터 골프 클럽으로 주말휴가를 떠났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워싱턴 리츠칼튼 호텔에 마련된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는 공동성명 발표가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긴장감이 고조되자 공동성명 문안 작성을 위한 실무 접촉을 맡았던 외교부 국장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협상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공동성명은 두 나라 정상이 끝나고 3일 뒤에 나왔고, 베트남과의 공동성명도 당일 저녁 늦게 나왔다”며 “공동성명은 사정에 따라 늦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발표가 늦어진 이유는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공동성명 발표안에 결재를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왜 결재를 미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7시가 다 된 시점에서 프리버스 비서실장이 원안 그대로인 공동성명문 발표안에 서명했고 곧이어 ‘한미 공동성명’이 언론에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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