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선물로 어머니가 사 주신 워크맨
 이제 중학교에 들어간다고
 꼭 영어 공부하는 데 쓰라고 사 주셨는데
 영어 공부는 하지 않고 팝송만 들었다
 세상의 모든 영어 문장이 단지 음악일 뿐이라는 듯
 뜻도 모르고 들리는 대로 그저 따라 부른 노랫말

[오후 한 詩]워크맨/김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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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즈 돈 컴 이지


 영단어들은 내게 쉽게 와 주지 않고
 스텝 바이 스텝으로
 귓가에서 걷고 걷기만 했다

 외국인을 만나면 머뭇머뭇
 입 밖으로 나와 주지 않는 영어가
 테이프가 끝나면 다시 처음부터 걸어와 주던 날들
 그렇게 걸어 나간 나의 길


 아이 디드 잇 마이 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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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나도 그랬다. 삼십 년도 더 전,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내내 오로지 영어 공부를 위해서라는 순정한 거짓말을 입에 한가득 물고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워크맨을 기어코 손에 쥐고야 말았던 것이었는데, 그때의 감격이란 정말이지 'Words don't come easy'였다. "뜻도 모르고 들리는 대로 그저 따라 부른 노랫말"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시절 "뜻도 모르고 들리는 대로" 또박또박 받아 적었던 어떤 팝송 가사들이 내 인생 전체를 요약하고 있을 줄은 그땐 미처 몰랐었다. 예컨대 여장남자 보이 조지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내게 들려 준 점괘는 이랬다. "You come and go, You come and go." 여시아문(如是我聞): '너는 왔다리갔다리 하고, 또다시 왔다리갔다리 한다.' 그래 이젠 인정한다. "I did it my way."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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