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군부독재자 호르헬 라파엘 비델라 장군과 그 측근들 / 사진=위키피디아

아르헨티나 군부독재자 호르헬 라파엘 비델라 장군과 그 측근들 /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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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반항하는 이야기(The Disobedient Stories·이하 DS)'라는 단체는 "기억과 진실 그리고 정의를 지지하는 대량학살자의 자녀들"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을 소개한다.

이들은 1976~1983년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 시기에 시민들을 상대로 반인권적 탄압과 범죄를 저질렀던 군인들의 자손들이다. 그들은 “아버지들이 저질렀던 잘못을 기억하고 고발하기 위해” DS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미국 AP통신이 13일(현지시간) 이 단체에 대해 보도하며 각 구성원들의 사연들을 소개했다.


아르헨티나는 1975년 글로벌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파동으로 심각한 경제적 불황과 정치 불안에 휩싸였는데, 1976년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장군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면서 혼란을 잠식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이 군부정권이 안정된 사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비델라 정권은 공산주의와 체 게바라주의 등 사회주의적 사상을 반체제로 규정하면서 좌익 게릴라를 무차별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재판 없이 사형에 처해졌고, 아이들이 실종되었으며 수만 명이 국가보안군에 의해 비밀리에 고문·살해되는 등 인권 유린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아르헨티나 공식 통계는 이 기간 동안 약 7600명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인권활동가들은 이 숫자가 약 3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아르헨티나 역사에서는 이때의 폭압정치를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고 부른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그때 시민들을 대상으로 납치와 고문, 살해를 저질렀던 군인과 정부 관리들의 자녀들은 어른이 되었고 아버지들의 범죄에 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민주화 이후 ‘가족의 비밀’을 들킬까 두려워 그 동안 침묵했지만 이제는 대중 앞에 아버지들을 고발함으로써 역사의 진실에 눈을 감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나선 것이다.


DS의 구성원인 로라 델가딜로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보당국에서 일했지만 생전에 기소당하지 않고 죽은 아버지 호르헤 루이 델가딜로를 고발했다. 델가딜로는 그의 가족의 비밀을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지난 40년은 침묵과 자괴감, 죄책감의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또 다른 구성원은 군인이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과거 저질렀던 범죄로 인해 수치심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성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마리아나 디(Mariana D.)로 불리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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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 설립자 릴리아나 퓨리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 동안) 우리는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상황에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에리카 레데러, 릴리아나 퓨리오, 아날리아 칼리넥 3명으로 시작한 DS는 현재 구성원 수가 15명으로 늘어나는 등 급격히 규모가 커지고 있다. DS의 구성원들은 군부독재 피해자 유족들을 포함해 다른 남미 국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지지의 메시지들을 받으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시아경제 티잼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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