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 가능성 지운 뒤 인상으로 더 다가가…1년 동결 기조 종결되나
"가계부채 급증·부동산 시장 과열 우려…美금리인상 기조 반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1별관에서 열린 6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남대문로 1별관에서 열린 6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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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4월13일) "경제 여건을 고려했을 때 현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5월25일)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6월12일)

최근 석 달 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기준금리 인상을 향해 반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방향은 일관되게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정'이다. 금리인하ㆍ동결ㆍ인상 중 '인하'를 선택지에서 가장 먼저 지웠고, 동결과 인상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이제는 인상 쪽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모습이다. 1년째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한은에 변화가 감지된다.


이 총재가 12일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완화정도 조정의 조건으로 '경기 회복'을 들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 총재는 기념식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를 나타내는 게 성장 아니겠느냐. 고용, 물가 등의 지표를 다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7월에 연간 경제성장률을 전망할 때 경제 흐름을 길게 보고 다시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 2.6%로 한 차례 상향한 데 이어 지난달 추가 상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최근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 과열 현상을 두고 1년간 금리를 동결시켜 온 한은의 책임론이 부상하는 것 역시 부담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지만, 한은의 저금리 기조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이 총재의 '조정' 발언에 대해 "가계부채나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번주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상되는 만큼 지난번(5월 금융통화위원회) 메시지 보다 반걸음 정도 더 나아간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금리 인상 행보는 한은이 통화정책 운용에서 고려해야 할 주요 변수이다. 13∼14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지난 3월 이후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1.00∼1.25%로 상단이 한은의 기준금리(1.25%)와 같아진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대로 하반기 한 차례 금리를 또 올리면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양국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 국내 증시를 떠받히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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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준의 자산 매각 역시 파급력 있는 변수다. 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달 4조5000억 달러(약 5060조원)에 달하는 자산의 매각 계획도 밝힐 예정인데, 시장에서는 이미 예견된 금리인상보다 자산 매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연준의 자산 축소는 시중의 유동성 감소로 이어져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실물과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 역시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이 6월이냐, 9월이냐는 통화정책 기조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는 경우에 따라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한은 입장에서는 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통화정책을 활용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정부가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결정하자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재정정책 확장은 한은으로서 환영할 만 한하다"고 언급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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