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목소리, 목소리

Todd Rundgren - A Cappella

Todd Rundgren - A Capp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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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카펠라〉는 분명 1980년대 가장 실험적인 앨범 중 하나다.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은 토드 룬드그렌 한 명뿐이며 앨범의 모든 소리는 그의 목소리다. 박수도 조금 쳤다. 이탈리아어로 카펠라는 합창단을 뜻한다. 그렇기에 아 카펠라이자 하나의 합창단이라는 앨범 제목은 너무도 정직한 셈. 악기 구성만 봤을 때 이야기다. 아카펠라 장르의 앨범으로 오해받을 제목이지만, 이 앨범은 그보다 훨씬 과감하고 모험적이다. 이 앨범이 새롭고 경이로운 이유는 목소리만으로 진짜 록과 팝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노래만 한 게 아니라 모든 반주 파트를 단지 음성만으로 겹겹이 쌓아나가면서.


실험적인 음악이 꼭 이해하기 어려운 음악이란 뜻은 아니다. ‘자니 징고(Johnee Jingo)’나 ‘미러클 인 더 바자르(Miracle In The Bazaar)’는 이색적인 시도도 있지만 대부분 룬드그렌 특유의 흥겹고 달달한 멜로디가 잘 빠진 팝음악이다. ‘락조(Lockjaw)’는 꽤 헤비한 록음악이고 ‘섬싱 투 폴 백 온(Something to Fall Back On)’은 슈가팝이다. ‘블루 오르페우스(Blue Orpheus)’의 슬랩 주법처럼 들리는 베이스 사운드나 신비로운 배경음도 목소리다. ‘프리텐딩 투 케어’는 무척 낭만적이며 가스펠 냄새가 살짝 나는 ‘호자(Hodja)’와 ‘마이티 러브(Mighty Love)’는 포근하면서도 유쾌하다. 목소리를 켜켜이 겹쳐둔 것만으로 이렇게 빈틈없는 사운드를 구축한 점이 신기하고 경이롭지만, 멜로디의 달콤함이 그 어색함은 느끼지 않도록 만든다.

이 새로운 시도는 1981년 등장한 샘플러의 전신격인 에뮬레이터(E-mu Emulator) 덕이다. 룬드그렌은 많은 악기를 다룰 줄 알면서도 새로운 길을 과감히 개척했고 이 앨범은 그 결과 닿은 신천지다. 하지만 음성으로 앨범 한 장을 모두 채우는 발상이나 기법 모두 파격적이라 발매에는 곡절이 많았다. 1984년에 녹음은 끝났지만 그와 계약 중이던 베어스빌(Bearsville) 레이블은 〈아 카펠라〉의 발매를 꺼렸다. 〈아 카펠라〉는 결국 이듬해 베어스빌이 파산한 뒤 워너사(Warner Bros.)를 통해 겨우 세상의 빛을 봤다. 전작 대비 차트 성적이 신통치 않은 편이었으니 베어스빌의 판단이 옳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룬드그렌의 충성스런 팬 중에는 이를 최고의 앨범으로 꼽는 이도 적지 않으며 이 앨범을 사랑하는 후대의 뮤지션도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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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드그렌은 대중적인 멜로디 감각과 매끈한 프로듀싱 능력을 갖추고서도 컬트적 이미지나 과한 완벽주의자라는 편견 탓에 다소 과소평가 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앨범은 요상한 재킷사진부터 시대를 앞서나간 실험성까지 그런 편견을 더욱 강화했을 수도 있겠다. 또한 어차피 팝-록음악이라면 기존 방식대로 악기를 연주하면 되지 굳이 목소리만 쓸 필요가 있었냐는 의문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예술이란 본래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을 낯선 방식을 통해 새롭게 감각하게 하는 기술적 행위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정말 예술이다.

서덕(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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