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갇힌 유통②]상생기금·관광활성화·특허수수료…면세업계의 한숨
특허 기간은 그대로…수수료만 최대 20배 인상
매년 상생기금 내고 관광활성화 투자도
업체는 늘고 중국관광객 빠져나가며 '이중고'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면세업은 국가에서 발급하는 특허를 확보해야만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5년 마다 특허 심사가 돌아오기 때문에 일반 유통업 대비 내부 방침이나 면세품 관리 기준이 엄격하고, 관광·상권활성화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형 면세 업체들이 거액의 상생기금을 내놓고 수십억원을 들여 인근 인프라 개선에 나서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면세사업은 최근 사업장 증가, 관광객 수 감소와 더불어 정부 규제 강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수수료 인상이다.
지난해까지 면세점 사업자들은 매출액의 0.05%를 특허수수료로 지급해왔다. 그러나 관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면세점 사업자들은 매출 규모에 따라 0.1~1%의 특허수수료를 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2000억원 이하 매출 사업자는 0.1%, 2000억원~1조원 매출 사업자는 0.5%를 특허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1조원 초과분은 1.0%의 특허수수료가 부과된다. 면세점이 정부에서 발급하는 특허에 기반해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이익이 수수료 형태로 환수돼야 한다 논리가 개정안이 추진된 배경이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롯데, 신라, 신세계, HDC신라, 한화갤러리아 등 9개 사업자들은 특허수수료 인상과 관련,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지난달 제출했다. 수수료 인상안은 당초 특허기간 5년에서 10년 연장과 함께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논의되던 것이었는데, 특허기간 연장은 제외되고 수수료만 인상됐다는 것. 갱신제도 입법은 무산된 상황에서 과도한 특허수수료 인상으로 면세사업자 부담만 지나치게 가중되고 있다는 게 골자다. 사업자들은 신규 면세점이 급증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된 상태며 특히 면세점 산업의 영업이익률은 2~9% 정도에 불과한데도 해외보다도 높은 수수료를 부과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급증하면서 면세 사업자들의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해당 사업자들의 특허에 대해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2013년 '특허보세구역의 특례규정'이 신설되며 특허기간이 5년으로 단축되고 갱신제가 폐지(대기업 사업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관세법 개정에 따라 특허수수료 부과기준이 면적이 아닌 매출로 산정돼 대기업 사업자의 경우 매출의 0.05% 수수료가 부과됐다.
한편, 대기업 계열 면세점업체들은 중소·중견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중이다. 이 역시 특허 심사를 염두에 둔 업계의 갹출이다. 이 기금으로 면세물품의 보관, 운송 등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인천공항에 3000㎡ 규모의 중소·중견면세점 전용 통합물류창고를 신축하고 인천공항 출국장과 김포공항 출국장, 부산항에는 중소·중견 면세점 통합 인도장을 설치한다.
이밖에도 수백억원을 투자해 각 업체들은 면세점 인근 상권 보호를 위한 기업 주도의 마케팅, 프로모션 행사를 추진하고 영세상인들에게 외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낙후한 주변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대규모 관광객 유치를 통해 상권활성화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에 기반한 산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현재의 규모로 시장을 키운 것은 관광업계와 면세업체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에 대한 부분은 간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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