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캐피털사 '오토론' 시장 추격전
시중은행들, 자동차 대출에 뛰어들면서 금리 뚝 떨어져
독주하던 캐피털사, 수익성 악화로 경쟁력 약화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정현진 기자] 캐피털사의 전유물이던 '오토론' 시장에 시중은행들이 속속 뛰어들면서 금리인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수익성 다변화 차원에서 지난 2010년 이후 오토론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 20조원 규모의 시장 파이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금리가 뚝 떨어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은행권 최초로 오토론을 선보인 신한은행 마이카대출이 4월 기준 누적판매액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2조7600억원 규모에서 단 6개월만에 4200억원을 더 일으켜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9일 기준 신한 마이카대출의 계좌 수 9만8000여좌, 누적취급액 3조4500억원, 잔액은 1조3800억원으로 집계됐다. 누적취급액 3조4500억원 중에서 신차 할부가 2조3973억원 규모로 70%를 차지하고, 나머지 30%는 중고차 대출(1조563억원)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오토론을 빠르게 도입한 선발주자로서 시장을 선점해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이 오토론으로 대박을 치자,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오토론 후발주자들도 시장에 속속 뛰어들었다. 초반에는 신차, 오프라인 대출 위주로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중고차, 비대면 상품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그 파이는 더욱 커져 은행권에서만 누적 대출액이 4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바일로도 가입 가능한 매직카 대출을 선보인 KB국민은행은 721억3000만원, 3940여건(5월15일 기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타 은행들은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은행 '위비 모바일오토론', 하나은행 '1Q오토론', 농협은행 'NH간편오토론' 등이 대출 규모를 부지런히 키워 나가고 있다.
그간 오토론 시장은 시장점유율의 87%를 차지한 캐피털사들의 독주무대였다. 국회 정무위원회 박찬대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캐피털사의 오토론 대출잔액은 2012년 14조원에서 2016년 19조3000억원으로 5조3000억원(38%) 늘었다.
원가경쟁력을 가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오토론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기존 강자였던 캐피털사들은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오토론 대표주자인 현대캐피탈의 경우 신한은행이 첫 오토론 상품을 선보였던 지난 2010년 신차 할부 금리가 연 3.9~5.9%(현대차 싼타페 36개월 기준)였는데 2017년 4월에는 최저 연 2.9%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신한 마이카 대출 금리도 2010년 2월 연 5.6~6.7%에서 현재 연 3.2~4.3%로 인하됐다.
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기존 강자였던 캐피털사들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완성차ㆍ수입차 전속(캡티브) 회사와 금융지주의 후광이 없는 캐피털사에게는 직격탄이 됐다.
캐피털 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 오토론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조달금리 등을 감안하면 은행권과 경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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