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순직' 인정됐다지만…기간제 교사의 비애
학부모·학생들 환영 않고 성과급 차등·연수대상서도 제외
매년 계약 갱신에 늘 고용불안 … 1~2년마다 학교 옮겨다녀
지난 2015년 7월1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단원고 기간제 교사였던 김초원(당시 26세), 이지혜(당시 31세) 선생님의 순직 재심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충북의 한 중학교 담임교사를 맡은 A(34ㆍ남)씨는 학기 초 학급 학부모대표로부터 "기간제교사로 오셨다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A씨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이 학부모는 "학교에 몇 년 계시기로 계약했느냐", "이전엔 어느 학교에서, 몇 학년을 맡으셨느냐"고 꼬치꼬치 물어왔다. A씨는 "기간제 경력 5년차에 굳이 숨길 일도 아니었건만 학부모들이 기간제교사 담임은 싫다고 학교에 항의했다는 얘기를 듣고 자괴감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병가중인 교사를 대신해 임시담임을 맡은 B(31ㆍ여)씨는 '스승의날'을 앞두고 학생들에게 크게 실망했다. 종례 시간에 "청탁금지법 때문에 학교에 아무 것도 가져오면 안된다"고 안내했는데 한 학생이 "어차피 선생님은 기간제잖아요, 진짜 선생님도 아니면서"라고 빈정대자 몇몇 학생이 박장대소하며 따라 웃었다. B씨는 "한창 예민한 사춘기 나이 아이들이라 예쁘게 봐주려 했지만, 정이 뚝 떨어져 버렸다"고 했다.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먼저 탈출시키고 희생된 안산 단원고등학교 김초원 교사(당시 26세)와 이지혜 교사(31세)가 비로소 '순직' 인정을 받게 되면서 기간제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받는 차별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기간제교사는 근무중인 정규직교사 가운데 휴직이나 파견, 연수 등을 이유로 결원이 생겨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필요할 경우 임용하는 교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초ㆍ중ㆍ고교에 근무중인 교사 43만8229명 중 4만3730명(10.0%)이 기간제교사 신분이다.
이들은 일반 교사들과 동일한 근무시간 동안 동일한 시수만큼 수업을 하고, 각종 행정업무나 교사들이 기피하는 보직을 맡기도 한다. 최근엔 근무년수에 따른 호봉은 인정받지만 정규 교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가입은 불가하고, 1급 정교사 자격을 받을 수 있는 연수대상자에서도 제외된다.
하지만 학교와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신분이라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는 게 현직 기간제교사들의 고충이다. A씨는 "예전엔 계약을 연장하며 한 학교에서 최대 4년까지 근무할 수 있었는데, 2년 이상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하는 기간제법이 생기자 교감ㆍ교장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학교를 1~2년마다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기간제교사 C씨는 "여성 기간제교사가 결혼이나 임신을 하면 절대 환영받지 못한다"며 "학부모들조차 원하지 않는 담임을 맡게 되거나 교감이 떠넘기는 각종 행정업무 때문에 매일 같이 야근을 해야 하는 상황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교육부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교육청별 정규교사 및 기간제 교사 담임 현황'에 따르면, 기간제교사 가운데 담임을 맡고 있는 경우도 48.6%에 달했다.
동일한 업무를 하는 동일한 연차의 교사 간에 성과급도 차등을 둔다. 아예 정규직교사와 기간제교사를 따로 나눠 평가를 매기고, 기준금액을 달리해 기간제는 정규직의 70~80% 수준만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중인 D씨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수십대 1에 이르다보니 그나마 연간 단위 계약이 아닌 6개월, 1개월짜리(붙이기) 기간제교사 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이들도 많다"며 "지원자가 많으니 학교가 기간제교사에게 갑질을 하고, 그 자리마저 빽이 없으면 못들어간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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