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3마 1직' 말산업은 고부가 6차산업…新 100년 말 달린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5년 후인 2022년은 한국 경마가 시행 100주년을 맞게 됩니다. 역사적으로도 말은 인류와 뗄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한 동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국 경마는 사행산업으로 취급받으면서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마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뿐만 아니라 승마, 교육, 재활 등 말산업 육성에 온 역량을 집중해서 다음 한 세기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고난 속에서 지난해를 마감해야 했던 한국마사회는 최근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도약의 디딤돌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그 선두에 취임 5개월을 맞이한 이양호 마사회장이 달리고 있다. 말(馬)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포부 아래 직원들과 함께 마사회의 혁신을 경주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양호 마사회장은 지난 22일 경기도 과천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취임 이후 지금까지는 한국마사회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시간이었다"며 "4대 전략목표를 담은 신(新) 비전이 그 결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취임 후 미래발전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하고 3개월간 경영환경 변화와 경영철학을 반영한 발전전략을 논의해왔다. '국민행복을 향한 질주'라고 요약할 수 있는 신비전에는 말산업육성, 국제수준의 경마시행, 스마트 마케팅서비스, 지속성장 마련 등 4개 목표가 담겼다.
이 회장은 "4가지 목표 중 현재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는 부문은 말산업육성"이라면서 "말산업은 1차 산업인 생산ㆍ사육, 2차 산업인 사료ㆍ마장구ㆍ설비제조, 3차 산업인 승마ㆍ경마ㆍ관광ㆍ교육 ㆍ재활 등으로 확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6차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3마1직(三馬一職)'이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말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마리의 말이 일자리 1개를 창출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말산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15년말 기준으로 말 산업 규모는 3조4120억원에 달하지만 프랑스나 독일, 미국 등 말산업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한참 뒤떨어진 상태다. 이 회장은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말산업을 육성해나갈 방침"이라며 "말산업을 이끌 전문인력 양성과 농가지원, 승마 저변확대 등 세부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마사회는 현장 맞춤형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경영자 과정을 개설하고, 말산업 현장 취업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턴취업 사업이나 고용디딤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또 국산마 육성을 위해 거점 번식지원 센터를 통해 품종별 교배를 지원하고, 농가 대상 교육지원 사업도 확대한다.
유소년 승마클럽을 확대하고 승마를 학교 체육 과목에 연계시켜 승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계획이다. '찾아가는 승마체험'을 통해 초등학교에 승마를 보급하고 유소년 승마클럽도 2022년까지 100여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최근 레저에 대해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인데 농촌에 특화된 관광승마 붐을 일으켜 승마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농가소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지형적 특색을 활용한 승마길을 조성하고 마차관광 보급사업 등도 시범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사회는 2011년부터 마사회 연 매출이 7조원대에서 정체된 상황이다. 법적으로 경마 시합을 대폭 늘릴 수 없다는 점이 한계지만 비용은 해마다 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이익이 점차 줄어 연간 100억∼200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이 회장은 "'보는 경마를 탈피해, 즐기는 경마'로 경마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자 하는 이유"라며 "2030 젊은 고객들은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에서는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어서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경마시스템을 스마트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어려운 승식 명칭을 개선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동구매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이 배당을 선택하면 해당되는 승식과 마번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고객주도형 베팅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내년부터 로또 복권도 인터넷으로 판매를 하는데 경마는 아직도 직접 발권을 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많이 뒤떨어졌다"면서 "공인인증서를 기반으로 하면 사행성을 높이지 않고도 승마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불법사설경마에 대해서 강력한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형사정책연구원 조사를 보면 불법도박 전체가 최대 169조원으로 추정되는데 합법적인 경마와 로또, 카지노를 다 합친 20조원의 8배가 넘는 규모"라며 "불법도박 10%만 양성화해서 세금만 걷어도 상당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초 마사회는 불법경마단속본부를 신설해 지난 2월 전국 122개 센터에서 불법사설경마 사이트를 운영하던 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이 운영하던 사이트의 판돈은 3일간 5000억원이 넘어 지금까지 적발된 최대 규모였다.
이 회장은 "사람들이 불법 경마에 빠지는 이유는 세금이 없어 마사회보다 환급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베팅제한도 없으며 꼴찌맞추기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경마에 대한 규제를 개선해 불법도박 대신 합법적으로 경마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지역에서 논란이 됐던 장외발매소와 관련해서는 "지정좌석제로 바뀌면서 장내 분위기가 청결하면서도 차분해졌고 경마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문화교실, 어린이 학습 공간으로 활용해오고 있다"며 "지역주민과 친화에 많은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대담=박성호 경제부장
정리=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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