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아이콘'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서소정이 만난 사람]"노후 거지 면하려면 사교육 '몰빵' 말고 주식계좌부터 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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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노후 거지 면하려면 사교육 대신 당장 아이 이름으로 주식 계좌부터 만들어라."


17일 서울 북촌로 자락에 위치한 메리츠자산운용에서 만난 존 리(59·한국명 이정복) 대표는 '헬조선'을 벗어나는 지름길로 주식 투자를 꼽았다. 그는 "미래가 없는 사교육에 노후를 저당잡히지 말고, 주식투자를 통해 아이의 금융지능을 키움으로써 부모와 아이가 동시에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보수적인 금융가에서 혁신 아이콘으로 통한다. 낡은 금융가 관습을 지적하는 소신 발언도 서슴지 않는가하면 금융권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율근무제, 자율복장제 등을 도입해 조직문화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평소 '주식으로 부자되기'를 설파한 그는 직원들에게 펀드를 인센티브로 나눠주는 제도도 만들었다.


"한국에서는 금융회사를 금융기관이라고 해요. 최고경영자(CEO) 임기도 정해져 있죠. 금융이 '산업'이 아닌 '기관'으로 인식된다는 자체가 굉장히 어색한 거에요."

그의 이력은 평범함을 거부한 그의 삶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1980년대 초 연세대 경제학과를 자퇴하고, 미국으로 건너나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투자회사인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Scudder Stevens&Clark)에서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최초의 뮤츄얼펀드인 코리아펀드를 운용하며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떠올랐다. 이후 2005년 라자드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장하성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용하면서 이름을 날렸고, 2014년부터 메리츠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다. 부임 당시 수익률 꼴찌 수준이었던 메리츠자산운용을 선두반열에 올린 공로로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리 대표가 '잘 나가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월가에서 터득한 투자신념과 철학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 또 '주식하면 패망한다'며 주식투자를 투기로 보는 잘못된 투자문화를 반드시 바꾸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더욱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주식투자를 통해 노후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천 태생인 그는 어린 시절 건설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통해 송도 매립 장면을 목격하고 매립지 평당 가격을 물었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당시 매립지 가격이 '아이스께끼' 가격에 맞먹을 정도로 쌌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왜 아버지가 그 때 그 땅을 사지 않았는지 의아했다는 리 대표는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교육에 '몰빵'하지 말고 아이 이름으로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서 장기간 보유하면 부자가 될 수 있어요. 부자가 되면 자유가 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얘기에요."


"사교육은 운동선수에게 스테로이드를 처방하는 것과 같다"는 리 대표는 사교육에 돈을 낭비하기 보다는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 투자를 통해 아이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부자로 연결되는 게 아닌 만큼 사교육에 목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런 리 대표의 철학을 담아 올해 초부터 매달 첫째주 토요일 학부모와 자녀를 위한 주식투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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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되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해요. '헬조선'이라 하는데 한국에는 미래가 없지 않습니다. 광화문 촛불집회만 봐도 전세계 유례없는 시민의식이 있잖아요. 방향만 잘 잡고 제도가 뒷받침되면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숨겨진 기업을 발굴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평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겁니다."


리 대표에겐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과거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했던 장하성 펀드가 시기상조였다고 자평한 그는 이제 회사와 각을 세우는 적대적인 펀드가 아닌, 중소기업을 발굴해 성장을 돕는 친화적인 펀드를 만들어 동반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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