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람 비하하는 한국인 남편 상담할 때 가슴 아파요"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고민 상담소 '다누리콜센터'
-소소한 일상 상담부터 가정 폭력 피해 신고까지

▲다누리콜센터 내부 전경(제공=여성가족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베트남 사람들은 다 지저분하냐며 통칭해서 나라를 비하할 때 마음이 많이 상하죠. 저희를 상담원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통역사 맞냐고 따져 물을 때 할 말을 잃기도 합니다. 동남아 출신 아내도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하지만 한국 남편도 아내 고향 문화를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무조건 내 말만 전달하라는 한국인 남편을 대할 때는 말문이 막힙니다."

지난 3일 '다누리콜센터'에서 만난 12년차 베테랑 상담원 흐엉(가명·여·44)씨는 "한국인 배우자들과도 통화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의 말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느냐면서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다누리콜센터(1577-1366)는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건강가정진흥원이 1년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고민 상담소다.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중국어, 몽골어, 네팔어,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13개 국어를 구사하는 상담원들이 고민 해결사가 돼준다.

다누리콜센터엔 매일 수많은 전화들이 걸려온다. 임신했을 때 고향에서 먹던 '두리안'이 먹고 싶은데 어디서 사야 하는지를 묻는 베트남 새댁부터 지진이나 중동호흡증후군(MERS·메르스) 등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대해 묻는 몽골 출신 이주 여성까지 여러 종류의 상담 접수가 들어온다.

폭력 피해 여성이나 가정 폭력 상담을 할 땐 고충도 따른다. 중국 출신 6년차 상담원 홍진희(가명·여·51)는 "지원이 되지 않는 서비스를 자꾸 해달라고 민원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홍씨는 "사랑싸움으로 속상한 마음에 전화를 하면서 동질의 상실감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수백회씩 전화를 거는 여성들도 있는데 가끔은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상담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피해 여성을 돕고 다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 몽골에서 한국으로 시집와 12년째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희애(가명·여·45)씨는 "가족 갈등이나 부부 갈등 상담은 물론 생활 정보도 안내하면서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