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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월호 종교행사…'무사귀환' 간절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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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m 앞 선상 종교행사
"집에 가자. 조금만 더 힘을 내줘"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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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한없이 탐욕스럽고 비겁하여 1000일 이상 바닷속에 9명을 두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의 죄를 용서하소서. 이제 우리는 침몰했던 세월호를 만납니다. 세월호 속에 갇혀있던 마지막 9명을 찾도록 도우소서...가족을 소풍 보내고, 일하러 보내고, 이사 보내고, 여행 보낸 채로 3년이나 만나지 못한 가족들이 사랑하는 딸, 아들, 동생, 조카, 남편, 엄마를 만나고, 만지고, 마침내 안을 수 있도록 인도하소서."(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
28일 세월호가 바라보이는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는 경적 크게 3번 울렸다. 3년 동안 고생한 세월호와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김태정 선장의 배려였다.

오전 10시15분 세월호가 선적된 반잠수식 선박으로 출발, 바닷바람을 헤치며 1시간40여분간 운항을 하자 멀리서 세월호가 눈앞에 들어왔다. 종교 관계자들 유가족들 모여 일제히 세월호 선상 부분을 바라보고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체를 직접 바라볼 수 있도록 무궁화 5호는 반잠수식 선박 100m 앞까지 접근했다.

곧이어 11시59분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선상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천주교를 시작으로 원불교, 개신교, 불교의 순서로 기도가 이어졌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담담한 표정이었지만 기도를 올리면서 울음을 터뜨리고 눈물을 닦기도 했으며, 종교인 관계자들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가 기도문을 읽고 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가 기도문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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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영 진도성당 주임신부는 일렬로 선 가족들에게 다가가 기도문을 낭송했고 미수습가족들 양손 모으고 눈 감은 채 기도문 경청했다.

민 신부는 "엄청난 참사에 우리 모두가 함께 회개하게 하시고 이 일로 아파하는 모든 이를 당신만이 주실 수 있는 평화로 이끌어 주시며 이 고통을 잊기보다는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주시고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정의로운 세상을 이루는데 힘을 모으게 하소서"라며 기도문을 외우고 향 피우고 바다에 성수를 뿌렸다.

이어 장형규 원불교 광주전남교구 사무국장은 경종을 천천히 울리면서 목탁을 두드린 뒤 '천도의 노래'를 읊기 시작했다.

장 사무국장은 "세월호 인양은 3년만인 1070여일을 기다린 인양이옵나이다. 이 일에 천지의 모든 기운이 응하시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유형 무형의 모든 법률과 인연이 다 호응하여 이 인양이 무사히 이루어지도록 특별한 위력을 내려주시옵소서"라고 기원했다.

개신교에서는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가 기도문을 읽었다. 오 교수는 "청운동에서, 광화문에서, 홍대앞에서, 강남에서, 안산에서, 진도에서, 팽목항에서, 맹골수도에서, 거리 곳곳에서 울며 호소하고 탄원하며 9사람을 찾는 인양을 위해 몸부림 한 가족들의 기도의 바람을 돌보소서. 그들이 여기 있으니 위로하소서"라고 기도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바다위로 꽃을 띄우고 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바다위로 꽃을 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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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노란 장미 9송이를 준비해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한송이씩 나눠줬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바다에 장미 던졌다.

미수습자인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은화야 집에 가자. 조금만 더 힘을 내줘"라고 말했다.

불교계에서 참석한 지상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국장은 9명 미수습자 이름을 부른 뒤 반야심경을 낭송했다.

이 씨는 "세월호는 정치와 이념, 종교를 빼고 사람으로써 아빠 엄마로써 마음을 합해야지만 풀 수 있는 문제다. 이제는 세월호를 해결해야 할 때"라며 "대한민국에서 우리처럼 아픈 사람들, 말 못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바닷속에 3년이나 놔두고 말 한마디 못하는 부모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수습자인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이철조 해수부 인양추진단장을 바라보며 "목포신항으로 가서 미수습자를 빨리 찾게 해달라. 객실은 진상규명과 상관이 없다. 수색 작업하실 분들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28일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무궁화 5호 선상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기 위한 종교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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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종교행사는 오후 12시56분 끝나 무궁화호는 오후 2시께 서망항으로 돌아왔다.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 7명을 포함해 이철조 세월호인양추진단장이 참석했다.

천주교에서는 민세영 진도성당 주임신부와 이영선 광주대교구 정의평화 위원회 위원장, 김준오 광주대교구 신부, 원불교는 장형규 광주전남교구 사무국장, 최형일 진도교당 교무, 개신교는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 조원식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진도교회 목사, 김의환 호남신학대 전도사, 불교는 지상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국장, 혜용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양한웅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 전문위원 등이 참여했다.






공동취재단·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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