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에 나선 캘로리 맬로니 연방 하원의원과 시민운동가들은 한달간 임시로 설치 허가를 받은 이 소녀상이 철거돼선 안된다며 지킴이를 자처했다. 맬로니 의원은 "이 동상은 여성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상징물로서 전세계인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하고 있다"며 소녀상을 계속 그곳에 세워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녀상은 불과 3주만에 뉴욕의 명물로 자리를 잡았다. 소녀상의 모습은 작지만 당차다. 130㎝안팎의 작은 키이지만 두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턱을 살짝 든 채 월가의 상징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대한 황소상을 정면에서 노려보고 있다. '당당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월가의 소녀상이 이처럼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비결도 결국 그 메시지의 보편성과 당당함이다. 소녀상을 보고 있으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상징성에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 소녀상의 영구 설치 주장도 더 당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착시를 일으켜선 안된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공감을 보이며 함께 힘을 보탠 것은 단순히 일본 정부로부터 보상을 더 받아주기 위함이 아니다. 본질은 지금도 지구촌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야만적인 전쟁 범죄를 함께 반성하고, 고발하고, 방지하기 위함이다. 지난 2015년 미국 역사학자들이 집단 성명을 낸 것도 위안부와 같은 반인권 범죄를 정권차원에서 은폐하고 왜곡하려던 일본 정부에 공분했기 때문이다.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와 보상은 이 문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러니 부산의 위안부상도, 독일의 평화의 소녀상도, 그리고 앞으로 세워질 소녀상들은 더 당당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월가의 소녀상처럼 우리의 소녀상들도 여성과 인권에 대한 교훈을 인류에 전달하고 증거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뉴욕 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