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여파로 관료사회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각 부처 에이스들만 간다는 청와대 파견근무는 기피대상이 됐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청와대로 파견나간 B과장을 두고 주변인들은 '물을 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집권 말기 청와대 근무의 인기가 줄어드는 건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대통령 파면 이후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장관을 지낸 D씨도 요즘 주변에서 "'적절한 시기에 잘 그만 뒀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D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총리나 장관이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귀 담아 듣지 않았다"며 "결국 파면까지 가는 걸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정국에 인사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중앙부처의 E차관은 최근 간부들에게 "내가 차관을 1년도 못하고 (나가게 됐다)"라고 토로한다는 말이 들린다. 정권이 바뀌는 5월에 나가면, 재임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직 공무원의 최고 영예직으로 꼽히는 1급 간부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오는 5월로 1급 재임기간이 2년을 넘어서는 이들은 차기 정권에서 교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5월이면 재임기간 2년이 넘어가는 중앙부처의 F실장은 "재임기간이 2년이 안 되는 1급들의 마음은 상대적으로 가벼울 것"이라며 "다음 정권에서 남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희망은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