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중국 홈페이지 해킹으로 마비
중국 온라인몰 중심으로 이미 불매운동 시작
반한시위 등 상화 악화될 경우 한국 기업 철수 불가피

롯데 중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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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롯데그룹이 지난달 국방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이 전방위 보복에 나섰다. 사드 부지를 직접 제공한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로 불매운동이 확산될 조짐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는 전날부터 해킹 공격으로 접속이 중단돼 이날까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국 롯데그룹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홈페이지 리뉴얼중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는 문구와 함께 "고객님의 편의와 안정적인 이용, 더욱 고품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 시스템을 개선중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남겨졌다.


중국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최대 뷰티 쇼핑몰 쥐메이는 창사 7주년을 기념하는 3월 1일 판촉 행사에서 롯데 제품을 모두 뺐다. 천어우(陳歐·34) 쥐메이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번에 롯데 상품을 모두 내렸다. 앞으로도 팔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고, 이같은 메시지에는 12만건이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롯데가 2015년 9월 전략적 제휴를 맺은 중국 대형 온라인 쇼핑사이트 징동닷컴은 지난 해 7월부터 운영하던 롯데마트관을 폐쇄했고, 징동닷컴 내 유명 한국 브랜드 상품들도 자취를 감췄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앞서 중국의 알리바바 쇼핑몰 톈마오도 지난달 롯데 플래그숍을 폐쇄시켰다.


롯데는 국방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중국 현지 매장에서 비상체계를 가동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지 매장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지만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방송 CCTV기 기업들을 집중 고발해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3·15 완후이’라는 프로그램에 롯데 등 한국 기업이 타깃이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더 큰 문제는 중국내 반한정서가 확산되면서 롯데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전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은 삼성과 현대에 가장 큰 시장이며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한중 갈등이 가속하고 있어 이들 기업도 조만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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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언론들이 연일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비판 기사를 쏟아내면서 중국내 반한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 일부 강성 중국 네티즌들이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지만, 반한여론이 악화될 경우 대규모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웨이보에는 지난 달 26일 지린성 한 롯데마트 앞에서 중국인들이 '사드를 지지하는 롯데는 당장 중국에서 꺼져라'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펼치는 모습이 올라오기도 했다.


환구시보가 롯데의 사드부지 교환 결정을 내린 지난 27일부터 전면적 롯데 제재 및 한국 제품 불매에 대한 온라인 투표에서 96%가 지지했고, 반대는 4%에 불과했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군사문제인 만큼 중국의 '국수주의'가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중국은 과거에도 군사적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에 대해 불매운동은 물론, 대규모 시위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2012년 8월 일본이 중국과 영토분쟁지역인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했을 당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의 매출은 반토막 났고, 일본인 집단폭행과 격렬한 반일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2008년 프랑스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지원하는 반중시위가 벌어지자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에 대한 중국인의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실제 중국내 까르푸 매장이 텅비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1994년 처음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은 지금까지 10조원 가량을 쏟아부었다. 중국내 백화점 5개, 대형마트 99개, 슈퍼 13개, 영화관 12개(스크린 92개) 등 등 총 24개 계열사가 연간 3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선양과 청두에서 6조~7조원대 중국판 롯데월드 건설도 진행 중이다.


롯데쇼핑 중국법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매출은 79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나 줄었다. 적자규모는 14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00억원 이상 늘었다. 매출이 줄면서 수익은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 롯데는 최근 베이징 인근의 롯데슈퍼 3개 매장을 철수하기로 했는데, 배경은 실적 부진이다. 중국내 사드 보복 여론이 확산돼 실제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경우 실적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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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중국에 진출한 이마트는 한 때 27개까지 늘렸던 중국 매장수를 정리해 현재 7개만 운영 중이다.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한 현대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4월부터 현지 경영권 분쟁으로 방송이 중단된 상황이고, CJ오쇼핑은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내는 등 유통기업 가운데 드물게 선전했다.


일각에선 중국내 반한시위가 확산되는 등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사업 철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현지 기업들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사드로 인한 한중갈등 악화로 반한 감정마저 확산될 경우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사도 안되는데 중국 정부의 사드 압박까지 점점 강해질 경우 결국에는 (중국 시장 이탈 등) 중대 결심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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