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평판조회, 수업 태도부터 인신공격성 불만까지 제기
"교육청에 민원 넣겠다" 위협도…일부 학교들 몸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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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초등학생 아들을 둔 A씨(서울 강북구)는 지난주 새학년 반 배정이 끝난 뒤 평소 친분이 있던 학부모들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A씨 자녀의 담임교사로 50대 초반의 남교사 B씨가 배정됐다는 소문이 있는데, 수업시간 대부분을 시청각 자료에 의존하는터라 엄마가 따로 예습ㆍ복습을 시켜야 할 것이라는 위로와 걱정이었다. 같은 반이 된 다른 학부모 C씨는 "수업에 소홀한 교사가 담임을 맡게 할 순 없다"며 "학교에 담임 교체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딸(경기 수원)을 둔 D씨도 새로 부임한 담임교사가 육아휴직 후 복귀하는 여자선생님이라는 말에 학교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본격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2년이나 휴직했다 돌아오는 교사가 최근의 진로진학 경향에 맞춰 지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학교 교감은 "아직 담임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이러시면 곤란하다"면서도 "젊은 교사라 오히려 입시 트렌드를 더 잘 이해하고, 2주간 복직연수도 받고 오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다독였다.


3월 새 학기를 앞두고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들의 담임 교체 요구로 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부터 반 편성과 교사 배치 등 신학기 학사일정을 2월 초ㆍ중순으로 앞당겨 준비 기간을 늘린 탓에 학부모들이 담임교사에 대해 평판 조회를 하며 예전보다 강하게 호불호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사례도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너무 엄격하고 강압적이다", "숙제를 많이 내준다", "생활기록부를 다양하게 써주지 않는다" 등 수업과 학교생활에 관한 문제 제기부터 "교사가 흡연을 한다", "종교색이 강하다", "나이가 많다"까지 다분히 인신공격성 불만도 있다.


일선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교실당 학생 수는 줄고 있지만 학부모들의 요구는 더 구체적으로, 다양화되고 있다"며 "학생 한명 한명에게 맞춤형으로 신경 써 주길 원하다 보니 담임 입장에서 책임이나 업무는 더 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사는 "존경심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일부 학부모의 경우 '교장을 찾아가겠다', '교육청에 민원을 넣겠다'며 위협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과 수도권의 초등학교 교사 889명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담임 교체 요구를 직접 겪은 적이 있다(8.5%)'거나 '가까이 아는 교사가 교체 요구를 겪는 걸 봤다(44.9%)'고 답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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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관리자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장은 "각 학년, 학급의 교사 배치는 교사 인사위원회를 거쳐 결정되는 만큼 학부모들이 반대한다고 변경하거나 번복할 수 없다"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자질이 부족한 교사라 판단될 경우 아예 담임에서 배제한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학부모가 자녀들 앞에서 학교 교사를 불신하는 말을 하거나 태도를 보일 경우 학생들도 학교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이는 중ㆍ고교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담임교사의 성향이나 가치관이 학부모와 맞지 않더라도 가능한 긍정적으로 봐주시고 개선이 필요한 사안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이야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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