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오너 구속, 삼성 처음 겪어보는 비상 상황…미전실 해체 등 개혁과제 특검 수사 이후로 미뤄져
삼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비해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컨틴전시 플랜'이다. 삼성은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 하에서 불확실성과 리스크 요인이 증가함에 따라, 능동적·선제적인 대응과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이처럼 체계화된 대응계획을 토대로 앞으로 전개될 상황 변화에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비상 경영체제는 불가피해졌다. 삼성전자는 CE(소비자가전) 부문, IM(IT&모바일) 부문, 반도체 사업 부문 등 사업 부문별 경영 체제가 확립돼 있다.
삼성은 전문 경영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대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능적인 역할 분담은 가능하지만, 그룹 차원의 미래 설계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룹 오너의 과감한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각종 투자와 발전 전략 수립 등은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삼성 관계자는 "약속한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면서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특검 수사가 마무리된 직후 미전실이 곧바로 해체될 수 있을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상황 자체가 변수다. 미전실 해체는 단순히 조직을 없애는 문제를 넘어 삼성의 미래 구상과 맞물려 있다.
그룹을 어떤 형태로 운영하는 게 좋을 지, 어떤 방법이 삼성의 쇄신을 실천하는 방법인지, 전략적인 검토를 거쳐 결정될 사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들도 오너가 구속된 상황에서는 그룹의 큰 변화를 가져오는 과감한 결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룹 오너의 구속을 처음 겪은 삼성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전실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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