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 김은별 기자]SK그룹이 도시바 반도체 부문의 지분 일부가 아닌 경영권 인수를 염두에 둔 장고(長考)에 돌입했다. 지분 일부를 매각하려던 도시바가 경영권까지 매각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득실'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을 분사한 뒤 지분 19.9%를 매각해 약 2000억엔(2조원)의 현금을 확보하려 했다. 현재 이 입찰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기업인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투자펀드 베인캐피탈, 대만의 폭스콘(홍하이정밀)이 참여한 상태다. 도시바는 당초 이달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내달까지 지분 20%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연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도시바는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사업에서 7125억엔(약 7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재무상황이 벼랑끝에 내몰렸다. 앞서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자회사 지분의 과반 이상을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지분을 50% 이상 매각해 확보한 현금(약 8조원)으로 부실을 막겠다는 다급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일부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만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면 SK그룹 입장에서는 당연히 도전해볼 만하다"며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얼마 전 LG실트론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올해 7조원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 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도시바 반도체 부문을 중국이 인수할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공격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인수 과정에서 강도높은 실사를 통해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부문) 기술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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