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해 두차례 특검에 소환되며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삼성 그룹주펀드에서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구속이 확정될 경우 국내외 다른 펀드에서 추가적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이 부회장의 구속이 확정될 경우, 삼성그룹주를 편입하고 있는 사회책임투자(SRI) 펀드에서 추가 자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RI펀드란 편입종목을 결정할 때 기업의 재무 요소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환경 등 윤리적 요인까지 고려하는 펀드다.
현재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중인 SRI펀드 중 삼성그룹주를 편입하고 있는 것은 총 13개로 순자산은 약 850억원이다. 이들 펀드의 삼성그룹주 편입비중은 평균 19.4%다. 'NH-Amundi장기성장대표기업증권투자신탁[주식]ClassC1' 펀드의 경우 편입비중이 28%에 달하며 20%대가 넘는 곳이 절반 이상이다. 이들 펀드도 3개월전 수익률이 6.46%였으나 최근엔 0.38%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해외 펀드다. 일찍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지침)' 문화가 잘 발달된 유럽의 경우, 굳이 SRI펀드가 아니여도 기업이나 오너의 부패가 발생할 경우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둔 곳이 많다.
실제로 운용자산만 1000조원이 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의 투자규정을 확인한 결과, 제3조(Criteria for conduct-based observation and exclusion of companies)에 '중대한 부패(gross corruption)'와 '기본적인 윤리적 규범에 대한 심각한 위반(serious violations of fundamental ethical norms)' 사항이 발생하면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GPFG가 보유한 삼성그룹주 지분 내역은 미공개 상태지만 2012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에만 약 1조90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 기업 전체에 대한 투자규모는 약 150억달러(한화 약 17조원)다. GPFG는 지난해 1월 광범위하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밝혀진 중국 휴대폰 부품사 ZTE를 실제 투자 대상 기업에서 제외한 바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기업의 의결권 행사 문화가 잘 정착돼 있는 유럽의 경우, 기업 오너 구속시 이사회를 열어 투자를 철회해야 한다는 식의 투자원칙을 정해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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