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신장섭 "재벌이 양극화 주범? 기껏해야 종범"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경제양극화는 지나치게 급격한 금융과 자본 자유화가 주범(主犯)이지 재벌은 기껏해야 '종범(從犯)'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논의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의 위기와 양극화의 책임이 재벌에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신 교수는 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 2일차 행사에 '경제민주화의 허상과 위험,기업의 대응'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대선때마다 단골메뉴이며 정치권이 잘못한 것을 재벌에게 돌리고 표심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개념설정, 원인분석, 대안제시에서 모두 잘못됐고 일그러져 있다고 일갈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지금이 과연 경제독재 시대인가▲양극화가 재벌의 경제독재 때문인가▲경제민주화 수단들이 분배개선 대책이 될 수 있나 등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과거 30대 재벌 가운데 17개 재벌이 소멸된 점, 소비자를 중시한 갤럭시노트 7 리콜사태가 발생한 점, 정치권에 돈을 뜯긴 '최순실게이트'가 발생한 점 등을 들며 경제독재체제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제양극화도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로 포장되며 정리해고와 스톡옵션, 외국계 은행과 기업선호 등을 고착시킨 미국식 구조조정이 원죄라고 지목했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위기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서두르면서 자본과 금융 자유화를 도입했고 종금사가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지 재벌은 주범을 방조 또는 도와준 종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오히려 경제권력이 현재는 '초거대 재벌화'된 기관투자자,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재벌정책 역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다면서 그 예로 ▲기업결합을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세계 최고 수준인 65%의 경영권상속세율▲재단을 통한 승계불가능▲강제적1주1의결권 등을 들었다.
신 교수는 한국경제의 '허리 키우기' 새 패러다임을 실천과제로 재벌에 대한 가족경영 씨말리기,상속세율 대폭 낮추기, 재단을 통한 승계 허용 등의 3대 해법을 제시했다. 또한 기관투자자는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약탈적 유출' 방지책을 마련하고 기관투자자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 투표의무화를 철회해야한다고 말했다. 중견·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산업금융의 역할도 창업에서 기업성장으로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최순실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포퓰리즘(정서법)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괴담을 만들고 건설적 대안 논의를 회피하게 만든다"면서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성장과 창업 이외에는 대안 없다. 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어 "빈곤의 악순환에 빠져 있을 때도 '경제기적'을 일구었는데 왜 지금 중진국이 된 상태에서 경제활력 회복과 분배문제 개선 이루어내지 못하는가"라면서 "비관주의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국내 경제지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1999년부터 싱가포르국립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한 구조조정을 비판한'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을 냈고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로 '김우중 대변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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