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로 공격적 투자
SK㈜, 지난해 반도체 투자규모만 1조 웃돌아
최 회장, 스터디 모임으로 반도체 공부…"남다른 사랑으로 투자 확대"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그때 엘피다를 인수했어야 했는데…"
일본 엘피다는 반도체 기업 간 '치킨게임'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 2월 매물로 나왔다. 그해 하이닉스를 인수한 최 회장은 엘피다 1차 입찰에 참여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SK하이닉스를 세계 최고 반도체 회사로 키우기 위해선 경쟁사인 엘피다를 품에 안아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43.2%, SK하이닉스가 23.7%로, 엘피다의 12%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함께 확고한 2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경영진 일각에서도 가격만 맞다면 도전하자는 의견들이 있었지만 결국 이사회가 제동을 걸었다. 5월 열린 이사회에서는 2시간 가량의 격론 끝에 엘피다 본입찰(2차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고, 결국 엘피다는 미국의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최 회장은 당시 이사회가 끝나고 "전략적으로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인수합병(M&A) 기회가 있으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추가 M&A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엘피다와 달리 최 회장의 의지로 인수를 밀어붙인 SK하이닉스는 이제 그룹의 효자 계열사가 됐다. SK에 편입된 후 연구개발과 시설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면서 안정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연구ㆍ개발비에 더해 3조원의 통 큰 투자도 계획한 상태다.
사실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기 전만해도 반도체 문외한이었다. 하이닉스 인수에 도전장을 내면서 최 회장은 반도체를 공부했고 서울 모처에서 반도체 관련 스터디 모임을 가지며 관련 분야를 연구했다. 물리학과 출신인 그는 반도체의 기본 원리는 물론 반도체 역사, 세계적 기술 동향 등을 공부했다. 이 모임에는 다양한 반도체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에 믿음을 실어준 최 회장의 뚝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SK의 반도체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남다른 반도체 사랑이 사업 확장, 투자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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