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그널엔터 유증 취소, '한한령' 기업 자금조달까지 막나
씨그널엔터, 화이자신과 유증 계약 결국 취소돼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과 중국 화이자신 간 1년여간 끌어왔던 유상증자 계약이 결국 무산됐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ㆍ한류제한조치)'으로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 통로까지 막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프로듀스101' 등으로 유명한 콘텐츠 제작업체 씨그널엔터는 지난 16일 정정공시를 통해 지난해 1월25일 화이자신과 맺은 214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화이자신은 당초 유증 참여를 통해 씨그널엔터의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자금 납입을 일년간 미뤄오다 이번에 일방적으로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화이자신은 중국 1위 오프라인 마케팅 서비스 업체로 2014년 온라인 광고업체를 인수하며 온라인 시장에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미 중국 광고시장을 섭렵한 화이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콘텐츠였다. 이에 '냉장고를 부탁해', '너의 목소리가 보여', '슈퍼스타K 8' 등의 프로그램을 흥행시킨 씨그널엔터를 인수해 한류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온갖 핑계를 대며 유증 납입일을 수차례 미뤘다. 투자 기대감에 3000원대까지 급등했던 씨그널엔터의 주가는 현재 동전주 신세가 됐다.
씨그널엔터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도 1~3분기 누적으로 약 1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씨그널엔터는 화이자신의 자금 수혈만 손꼽아 기다리다 지난해 6월엔 임시주총을 열고 화이자신 측 인사 5명을 등기임원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사드배치 이슈가 불거진 이후 중국 정부의 승인 지연 문제로 투자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적자만 쌓여갔다. 경영 악화로 지난해 8월엔 상장의 근간이 됐던 무선통신사업(현 씨그널정보통신)을 물적분할했으며, 지난달 26일엔 자산 113억원에 연매출 110억원짜리인 이 기업을 헐값(10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중국이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투자까지 가로막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2015년 초 중국 투자붐이 일었을 당시만 해도 화장품과 의료, 면세점, 엔터 등의 사업을 위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합작회사(JV) 설립 등 수많은 투자교류가 이어졌으나 사드 이슈가 불거진 지난해 중순 이후부터 이러한 소식은 뜸해졌다. 오히려 투비소프트 등 국내 상장사들이 중국으로부터의 계약 취소를 통보받았다.
씨그널엔터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외부 투자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계약 취소 이유를 밝혔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사드 이슈)이 포함되지 않았겠나"라며 "화이자 측에서 온 사내이사 5명도 조만간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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