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네 공약은 내 공약"
무당파 많아 중도층 공략 노력
경제-진보·안보-보수 한목소리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선후보들의 공약 경쟁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각당 대선후보들의 공약경쟁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공약 러시'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이 '경제는 진보-안보는 보수'라는 비슷한 공약들을 내세우고 있어 차별성이 모호해지는 양상을 띠고 있는 실정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촛불민심은 대선후보들의 경제정책 공약에 대대적인 수정을 불러왔다. 기존에는 '경제민주화' 수준에서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과 대주주의 사익추구 제한 등이 주요 내용이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정경유착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경제공약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론에서는 서로 다른 주장을 내세우지만 전체적인 큰 그림은 '재벌개혁'에 맞춰져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10일 삼성ㆍ현대차ㆍSKㆍLG 등 4대 재벌의 지배구조를 겨냥한 개혁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소액주주 및 소비자 권리 강화와 강력한 금산분리 정책을 비롯한 대기업 규제방안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재벌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하면서 법정형을 높이고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면서 재벌의 갑질 횡포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공약은 사실상 재벌 오너의 기업 지배 체제를 크게 제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외교ㆍ안보는 보수, 경제ㆍ사회는 중도'를 표방하고 있는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도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일성으로 "부의 양극화, 이념,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국민대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불가피하다"며 "재벌이 모든 걸 통제하니까 중소기업이 살아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범 보수진영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문 전 대표의 '재벌개혁'에 대해 "4대 재벌 개혁은 대한민국이 필요한 개혁의 아주 극히 일부분"이라며 "지금은 철저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조만간 경제공약 발표를 앞두고 메시지를 다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에서는 대부분의 후보가 보수적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반 전 총장과 유 의원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한반도 현실이 거의 준전시 상태 같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조치를 취한 것은 마땅하다"며 "안보에 관해서는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정부를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문 전 대표는 15일 오후 서울 성공회대 성미가엘 성당에서 엄수된 고(故)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며 "사드 배치는 다음 정부에서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를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반대로 사드 배치 결정을 취소하겠다거나 하는, 어떤 방침을 갖고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며 "다음 정부에서 충분히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고 외교적 노력도 기울이고 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후보들의 공약이 큰 방향에서 대동소이한 이유는 중도층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가 모두 분당 및 신당 창당으로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선거 때마다 뚜렷한 지지정당을 밝히지 않았던 무당파를 대상으로 한 외연 확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재벌 개혁과 공정한 시장경제, 안보 우선을 강조한 것도 중도층 공약을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발표될 공약도 '경제는 진보-안보는 보수'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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